지역일반

70대 노인 울린 ‘디지털 악덕 상술’

구미의 한 70대 노인이 이동통신사로부터 사용하지도 않은 1년2개월치 통신 요금을 청구받았다. 뒤늦게 항의했지만 해당 이통사는 ‘영업점과 고객 간의 문제’라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구미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노인을 상대로 구형 단말기를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고가 요금제를 강매해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케이블TV, 인터넷 등 서비스 가입 상품을 회수하고 나서도 1년2개월이나 해당 상품의 사용료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구미에 사는 A씨는 최근 70대 노모의 이동통신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구형 2G 단말기만 사용하는 어머니의 한 달 통신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해당 대리점이 어머니에게 청구한 금액은 6만 원이 넘었다. 사용하지도 않은 케이블 TV와 인터넷 비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어머니는 2018년 4월 휴대전화 교환을 위해 구미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어머니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능만 갖춘 구형 2G 단말기였다.

대리점 직원은 “약정 기간이 아직 남았다”며 휴대전화와 케이블TV, 인터넷이 결합한 상품을 추천했다. 어머니는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는 대리점 직원의 말만 믿고 6개월 동안이나 이 서비스를 유지했다. 2018년 10월 대리점에 케이블TV와 인터넷 서비스 해지를 통보했고 대리점 직원이 TV와 셋탑박스를 회수해 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해당 이통사는 가입 상품을 가져가고 나서도 똑같은 요금을 어머니에게 받아갔다. 대리점에 항의해 봤지만 “본인이 직접 본사에 연락해 서비스를 해지해야 한다”고만 했다. 방법을 몰랐던 어머니는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얼마 되지 않은 용돈으로 통신료를 메꿔왔다.

뒤늦게 A씨가 이 사실을 알고 항의했지만 이통사는 ‘영업점과 고객 간의 문제’라고 뒷짐만 졌다. 오히려 TV와 셋탑박스가 회수되지 않았다며 “100만여 원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는 협박성 통보만 들었다.

A씨는 수소문 끝에 TV와 셋탑박스, 이를 회수해 간 직원을 찾아냈다. 그동안 TV와 셋탑박스는 이통사 대리점에 방치된 사실도 밝혔다. 잃어버린 물건과 직원을 찾아내는 일은 모두 A씨의 몫이었다.

해당 통신사 관계자는 뒤늦게 사과했다. A씨는 “어머니는 지난달까지 1년2개월 동안 사용하지도 않은 케이블TV와 인터넷 사용료 50만여 원을 도둑맞았다”며 분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에 좇기는 대리점들이 디지털기기와 서비스 정보에 취약한 노인들을 상대로 불·편법영업을 하는 경우가 잦다”면서 “대리점뿐 아니라 이통사에도 책임을 묻는 등 디지털 악덕 상술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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