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과 위험 기상

김종석

기상청장



지난 9월부터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지금도 진행되어 세계적으로도 최악의 산불로 되고 있다. 이번 산불의 영향으로 호주산 농·축산물이나 지하자원 수입에 차질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2일 발간한 ‘호주 산불 피해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에 따른 호주 농·축산업계 피해로 육류, 양모, 와인 등의 수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수입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산불이 주는 경제적 파장도 만만하지 않다.

우리나라 면적 이상의 산불피해와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고 있다. 광활한 자연 속의 동물들도 피해가 심해 호주의 자랑인 코알라도 기능성 멸종상태에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마저 들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우리나라 강원도에서도 큰 산불이 발생했다. 강원도 인제와 고성, 강릉 옥계 등 사방팔방으로 발생하여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큰 산불이었다.

이 산불은 1,757ha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 시설물 등 916곳을 집어삼킨 대형 산불이었다. 이 산불은 건조한 환경과 매우 강한 바람으로 인해 더 크게 번졌다.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2천795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으며, 우리나라는 산림 비율이 높은 나라로 산불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산불에 영향을 주는 기상요소로는 습도, 강수량, 기온, 바람 등이 있다. 강수량이 적고 맑은 날이 지속 되어 대기가 건조해질 때 ‘산불 발생 위험도’는 커진다.

겨울과 같이 건조한 계절에는 나무나 낙엽이 바짝 말라 있기 때문에 한 번 불에 타면 걷잡을 수 없이 큰 화재로 번지게 되고, 여기에 바람까지 강하게(풍속 7m/s 이상) 불게 되면 불씨가 날아다니며 산불이 공간이동 하게 되어 대형 산불로 규모가 커진다.

강한 바람은 연료의 수분을 증발시키고 산소 공급을 증가시켜 불을 거대한 재난으로 키우는 역할과 전선과 같은 인공 구조물에 마찰을 일으켜 불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산불은 발생 당시 습도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습도인 실효습도의 영향을 받는다.

실효습도는 목재 같은 물체 등의 건조한 정도를 나타낸 지수로, 낮을수록 건조함을 의미한다. 5일 동안의 일 평균 상대습도에 경과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 산출한 목재 등의 건조도로, 만약 현재 습도가 높다 해도 목재가 오랫동안 말라 있었다면 이 실효습도는 낮게 나타난다.

보통 실효습도가 낮아지면 화재가 발생하고 번질 위험성이 높아지게 되는데, 기상청에서는 이 실효습도를 기준으로 ‘건조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를 발표하고,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건조경보’를 발표한다.

또한 건조특보가 발표되면 지역별로 건조에 대한 현재 상황과 전망에 대한 내용으로 기상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대형 산불 발생 시 천리안 위성을 통해서도 확인을 하고 있다.

기상청과 산림청이 협업하여 전국 지역별 지형조건, 산림의 상황과 기상청 예보정보를 바탕으로 온도, 습도, 풍속 등의 기상조건을 실시간으로 종합·분석하여 산불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예측하고 산불방지 및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도 설을 맞이하여 산을 찾을 때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건조하여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지기 좋은 환경이므로 산불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설에 잠시 선조들이 물려준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을 돌아보며 모든 가족들이 행복하고 복이 넘치는 2020년이 되기를 소원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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