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이야기

발행일 2020-01-30 16:06:5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올해로 안동·예천 도청신도시는 경북도청 이전 4년째, 대구 신서혁신도시는 조성 7년째를 맞고 있지만 두 신도시가 애초 예상했던 만큼 인구 규모나 성장성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신도시의 경우 인구가 일정 규모 이상 돼야 인근 구도심이나 접경 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확장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현재 상황으로는 두 곳 모두 플러스 효과는 고사하고 자칫 지역경제에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신서혁신도시와 도청신도시의 당면한 문제는 결국 인구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자체 유효소비가 부족해 신도시 활성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는 이로 인해 기존 거주인구마저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13년 조성 완료된 신서혁신도시의 경우 이 일대 건물에서 빈 상가를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공실이 는 건물 가격이 내려가 일부 건물주들은 대출금 상환독촉에 시달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세입 점포주들은 사정이 다소 나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당장 장사가 안돼 속을 끓인다고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애초 신도시 계획 단계에서 인구 예측이 잘못된 탓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초 조성 당시 공공기관 종사자를 7천~8천 명 정도로 예측하고 상가 등을 조성해 놨는데 실제 입주한 이들 기관의 종사자 수가 다 합쳐봐야 3천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신서혁신도시에는 한국감정원 등 10개 기관의 직원 3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북도청 이전을 위해 조성된 도청신도시 역시 상황이 신서혁신도시와 유사하다. 이곳에는 2015년 11월부터 이전을 시작해 2016년 3월 완료한 경북도청을 비롯해 경북도교육청(2016년 3월), 경북지방경찰청(2019년 7월) 등 주요 행정기관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곳 역시 실거주 인구가 애초 예상과 달리 크게 적어 평일 점심때를 제외하곤 길거리에서 사람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 한다. 처음부터 행정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춰 조성된 탓에 병원 학교 등 실거주민을 위한 생활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또 애초 잘못된 인구 예측만 믿고 인구 유입책 마련에 소홀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청신도시 인구 현황(2019년 9월 말 기준)을 보면 주민등록상 인구는 1만6천317명으로, 조성 당시 예상했던 1단계 목표인구 2만5천500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행정도시라는 특성상 주민등록 이전은 않고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 상주인구는 2만1천여 명 정도 된다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인근 도시인 안동에서 40%, 예천에서 18% 정도 유입된 결과이고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타 시,도 유입인구는 22%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도청신도시가 조성되면 접경 도시들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애초 경북도의 예상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외려 인근 시,군에 인구 감소라는 예상 못 했던 걱정거리를 떠안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예천의 경우 도청신도시 조성 초기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있었지만, 행정기관 이전이 완료되자 부동산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갔고 원주민 가운데 소비 여력이 있는 주민들이 신도시 아파트단지로 이탈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3년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앞으로 타지역 인구가 더 유입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지금 여건을 보면 이른 시일 내 상황이 반전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신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변화를 촉구한다.

특정 목적을 위해 조성된 신도시가 성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지금이라도 신도시를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도시로 새로 조성한다는 변화된 밑그림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시급한 인구 늘리기를 위해서는 일자리창출이 가능한 기업체를 유치하거나 공단 등을 조성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기존 거주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자급자족형 도시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연계교통망 확충은 두 신도시에 다 필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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