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를 준비하는 ‘2월’

윤정대

변호사

2월은 겨울이 끝나는 달이다. 해가 갈수록 계절의 느낌이 점점 박해지는 것 같다. 올 겨울 추운 날이 적고 눈을 보지 못해 유난히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되었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고 겨울이 벌써 끝난 것 같으니 봄에 대한 기다림도 떨어진다.

올해는 더욱 봄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고, 겨울이 끝나도 우울한 정치, 우울한 경제에서 벗어날 것 같지 않아서다. 거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질병마저 덮쳐 옛 시인의 한탄처럼 오는 봄도 봄 같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오세영 시인은 그의 시 ‘2월’의 첫 구절은 “벌써하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라고 표현했다. 한 해의 시작을 담은 1월이 쏜살같이 지나가 ‘벌써 2월’하는 생각에 머리를 흔든다.

2월은 조용한 아이처럼 무언가 감춰져 있는 느낌을 준다. 늦추위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바람결에 따뜻한 한숨이 봄의 전령처럼 여리게 숨어 있기도 한다. 김용택 시인은 그의 시 ‘2월’에서 “날이 흐려진다./ 비 아니면 눈이 오겠지만/ 아직은 비도 눈으로 바뀔 때,/ 나는 어제의 방과 이별하고/ 다른 방에 앉아/ 이것저것 다른 풍경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나도 이제 낡고 싶고 늙고 싶다./ 어떤 이별도 이제 그다지 슬프지 않다./ 덤덤하게, 그러나 지금 나는 조금은 애틋하게도, 쓸쓸하게/ 새 방에 앉아 있다. 산동백이 피는지 문득, 저쪽 산 한쪽이 환하다.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고 노래한다.

2월이 지나고 3월이 시작되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시작될 것이다. 봄비가 내리고 풀잎이 솟아나고 꽃이 피는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것이다. 봄을 앞둔 2월은 1년 12달 중 일수가 가장 적은 달이다. 2월을 제외한 11달 중 1월, 3월, 5월, 7월, 8월, 10월, 12월의 일수가 31일, 나머지 4월, 6월, 9월, 11월의 일수가 30일인데 2월은 28일이다. 2월이 다른 달에 비해 일수가 적은 이유는 로마의 달력이 형성된 내력에서 유래한다.

우리가 쓰는 달력은 로마의 달력을 근거로 삼고 있다. 고대 로마 달력은 봄이 시작되는 달을 1년의 시작으로 삼아 Martius, Aprilis, Maius, Junius, Quintilis, Sextilis,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 Januarius, Febrarius의 순서로 열두 달이 이뤄져 있었다. 이 가운데 Quintilis와 Sextilis는 훗날 로마의 통치자인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와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이름을 따 Julius와는 Augustus로 이름이 바뀐다.

당시 로마인들은 1년을 355일, 12달을 31일과 29일로 구성하면서 마지막 달인 Febrarius는 28일로 남겨두었다. Febrarius는 한 해의 마지막 달의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열었던 축제인 페브루아(Februa)에서 이름을 땄다. 페브루아(Februa)는 정화를 뜻하는 단어인 페브룸(Februum)의 복수형으로 건강과 풍요를 가져오기 위해 악령을 물리치고 도시를 정화하는 일종의 의식을 뜻한다.

그런데 로마의 관직은 거의 대부분 임기가 1년이었다. 관직의 취임 시기를 취임하자마자 아무런 준비 없이 전쟁과 국가사업 등에 나서야 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봄이 시작되는 Martius가 아니라 Januarius에 맞추면서 Januarius가 1월이 되었고 Febrarius는 2월이 되었다.

또한 로마의 달력은 기원전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태양력인 이집트의 달력을 참고하여 1년에 10일을 더하여 355일에서 365일로 바뀐다. 그에 따라 29일로 되어 있던 달의 일수가 30일 또는 31일로 조정되지만 2월은 28일 그대로 두었다. 관습을 존중하여 전통 의식인 페브루아(Februa)가 열리는 달은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전한다. 하지만 3월 곧 봄의 시작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올 2월은 29일까지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의 경우 2월이 하루 늘어나 29일이 되고 1년이 366일이 되는데 올해가 바로 윤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월은 대개 음력 1월 1일인 설날이 들어가는 달이지만 올해는 1월 25일이 음력 1월 1일로 설날이었다. 2월은 짧지만 다가온 봄을 맞을 준비를 하며 겨울을 단단하게 마무리하는 달이다. 졸업식이 열리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달이기도 하다. 새로운 출발에서 멀어진 사람들에게는 아픔을 딛고 더 마음을 여며야 하는 달이다. 지금은 작고 존재감이 떨어지지만, 다시 단단한 씨앗을 품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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