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발행일 2020-02-03 15:06:1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신승남 기자.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구미시가 심상찮다.

대기업의 국내외 이전으로 하청업체들이 공장 문을 닫으면서 공단은 점차 비어가고 있다. 또 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영업해 온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2013년 수출 367억 달러, 무역흑자 245억 달러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했던 구미시(구미산단)는 국가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하락하면서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시장이 당선되고 여당 소속의 많은 시·도의원들이 당선됐지만 구미경제는 여전히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 시장이 당선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여당 시장 당선에도 구미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대기업의 국내외 이전을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있다.

언제가 구미 한 시민단체가 주도해 주식사주기 운동을 벌였던 L그룹은 일부 생산라인만 남겨두고 수익악화 등을 이유로 시민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파주나 평택으로 대부분 이전했다.

S그룹도 대표적인 휴대폰 라인만 남겨두고 많은 공장을 충청도 등 수도권으로 옮겨갔다.

이들 대기업에 의존했던 일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을 따라 국내 수도권이나 해외로 이전했지만 이전·투자비용이 부족한 기업들은 일감이 없어 폐업했다.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었고 폐업한 일부 중소기업인의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다. 가족은 뿔뿔히 흩어졌다.

그렇게 보면 대기업 이전으로 구미시 경제가 침체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대기업의 탓으로만 돌릴수는 없다.

기업은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할 이익을 내야 영속할 수 있는 집단이다.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곳에 남아 있을리 만무하다.

그럼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교육·문화·환경·유통 등 정주여건과 인프라 부족을 원인으로 꼽고 싶다.

S그룹이나 L그룹 등 구미국가산단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상당수가 대구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매일 출퇴근하는 일이 번거로울텐데 대구로 집을 옮긴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이들의 교육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문화시설과 유통시설 등을 이유로 든다.

좋은 학교에 보내고 집 근처에서 문화시설과 쇼핑시설, 여가시설을 즐기고 싶다는 이야기다.

전세계적으로 산업화 시대나 우리나라 1960년~1980년대 도시화 즉, 인구 이동의 특징은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사람(인재)이 있는 곳에 기업이 찾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기업들이 몰려든다는 뜻인데 이는 좋은 정주여건과 우수한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필자는 여기에서 구미시 침체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

구미시는 이같은 정주여건을 갖추기 어렵다.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구미시는 그 어떤 것도 해서도 할 수도 없는 도시가 됐다. 일부 시민단체나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때문이다.

한 퇴직공무원은 구미시가 도비를 받아 조성하려던 천생산 인근 공원개발을 경북도 투융자심의과정에서 한 구미지역 시민단체 관계자가 반대해 무산됐다며 그가 구미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단체는 10여 년 전 현재 1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준공업지역 아파트 건립허가를 반대했으며 백화점 입점 등에도 반대했다. 최근엔 민간공원 조성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구미지역 물 부족을 야기할 수 있는 대구취수원 구미이전에 동의했으며 지난달 28일에는 군위 소보가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우리사회는 시민단체라는 이름에 관대하다. 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잘못된 결과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회원 수도 많지 않은 일부 시민단체나 한 시의원의 주장이 시민 전체의 뜻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시민의 이익은 아랑곳 없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나 일부 시의원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구미시민들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일부 시민단체나 시의원들이 반대하더라도 시민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면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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