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드
▲ 그리드
수성아트피아가 올해 두 번째 기획전으로 ‘삶이 예술’이라고 표현되는 작가 백미혜를 택했다.

예술의 힘으로 개인적 삶의 마디를 만들고 끊고 치유하며 행복을 추구해 온 작가의 시기별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시간과 삶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백미혜-꽃,별,그리드의 시간들’로 붙여진 이번 전시는 ‘미궁의 시간’들로 삶은 난해하게 엮여 있고, 그 미궁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열쇠’를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그녀의 작업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1982년 첫 개인전 ‘땅따먹기 놀이에서’(1982-1987)를 시작으로 ‘미궁의 시간’(1988-1993) ‘꽃피는 시간’(1994-2001) ‘별의 집에서’(2002-2009) ‘격자 시 -그리드’ (2010- 2019)까지 다섯가지 주제로 나뉜다.

작품들은 시와 회화를 넘나들며 형식과 재료로부터 자유롭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메시지나 이미지 전달과 표현을 위해 시와 그림과 오브제가 평면 위에 함께 뒤섞이고 소리와 몸짓과 영상이 함께 뒹군다.

작품 가까이 다가서면 그의 작업들이 얼마나 일관되게 ‘시간적 층위’라는 문제를 탐색해 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작업의 명제들을 훑어보아도 시간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관심을 읽을 수 있어서다.

▲ 백미혜의 땅따먹기
▲ 백미혜의 땅따먹기
한 개의 점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선으로 관계를 맺고, 선과 선으로 무수한 면을 만드는 ‘땅따먹기 놀이에서’는 회화의 원초적 3요소와 놀이규칙의 도입이라는 개념적 방식을 차용해 작업을 전개시켰다.

▲ 꽃피는 시간
▲ 꽃피는 시간
그후 독일 유학기를 거치면서 독일 신표현주의 감성을 입은 ‘미궁의 시간’과 연이어 생명환경과 자연적 요소가 결합된 ‘꽃 피는 시간’ 연작이 이어져 나왔다.

‘별의 집’은 꽃 피는 시간에서 조금씩 비켜나 땅의 시간에서 하늘의 시간으로, 노동의 시간에서 안식의 시간으로 넘어가면서 둥근 화면으로 제작됐다. 보랏빛 성단을 타고 흐르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는 고양된 정신의 투명한 서정성이 빛나기도 한다.

2010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격자 시 - 그리드’ 작업은 작가가 지속해온 시간의 문제에 깊이를 더한 하나의 ‘사건‘이다.

시집 잘라 붙이기와 색 테이프의 교차, 테이핑을 통한 지우기는 사라지며 겹치고 또 축척되는 시간의 무상한 틈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는 그리드 작업이 자신의 회화적 층위를 한결 깊게 드러낼 수 있 게 했다고 말한다.

수평선과 수직선의 교차점.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층을 이뤄 만들어지는 새로운 교차점. 시간의 교차, 글과 그림의 교차, 시인과 화가의 교차 등은 백미혜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분명한 특징 중 하나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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