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보건소 심혁석 주무관…아이와 아내에게 미안||남구보건소 김외숙 팀장 등 전 직원 24시





▲ 4일 오후 대구 북구보건소에서 심혁석 주무관과 동료가 우한 폐렴 의심 환자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을 하는 모습.
▲ 4일 오후 대구 북구보건소에서 심혁석 주무관과 동료가 우한 폐렴 의심 환자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을 하는 모습.
▲ 대구 남구보건소 직원들은 우한 폐렴 사태를 직면해 방문객들과 매일을 사투를 벌이며 숨 돌릴 틈이 없이 일하고 있다. 대구 남구보건소 1층에서 의료진들이 진료를 보고있는 모습.
▲ 대구 남구보건소 직원들은 우한 폐렴 사태를 직면해 방문객들과 매일을 사투를 벌이며 숨 돌릴 틈이 없이 일하고 있다. 대구 남구보건소 1층에서 의료진들이 진료를 보고있는 모습.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전국이 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대구·경북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국에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우한 폐렴을 걱정하며 보건소에 문의하는 이들이 ‘인산인해’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건소 소속 보건·간호직 공무원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 쏟아지는 문의전화로 인해 자정이 넘어서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다.

시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는 현장 지킴이들을 만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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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분이 미열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동 부탁드립니다.”



4일 오후 2시30분 대구 북구보건소 감염예방팀에 긴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북구보건소 심혁석(42) 주무관은 신고전화를 받고 지체 없이 구급차로 달려갔다.



급하게 장갑과 덧신, 마스크, 고글 등의 방호복 세트를 착용하니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는 동료와 함께 ‘검체’ 체취가방과 아이스박스를 구급차에 실고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북구 산격동의 주택가.

10분 남짓한 거리를 가는 동안 “제발 별 일 아니길 바란다”고 계속 기도했다.



환자는 최근 중국에서 입국한 30대 여성.



심 주무관을 비롯한 예방팀원들은 불안해하는 환자를 안심시킨 후 구급차에 태워 선별진료소가 있는 경북대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시간 가량이 마치 몇 년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났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30대 여성을 집까지 태워줬다. “건강 조심하세요”라는 안부인사도 잊지 않았다.





심 주무관의 주 업무는 보건소 구급차 의료반 운용이다.

이외에도 행정 업무, 사회복무요원 관리, 차량 관리, 청소원 관리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 시작된 최근에는 콜센터 업무까지 맡았다.

그가 현재까지 우한 폐렴 관련 신고로 긴급 현장 출동한 횟수는 6회.



항상 긴장하는 탓에 몸 상태는 물론 정신적인 피로도가 상당하다.

마음이 편하지 못해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최근 소화불량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주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4시간 출동 대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도 그는 현장 출동을 다녀왔다.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보건소로 복귀했다.



현장출동으로 인해 밀린 업무를 하다 보면 오후 10시가 넘어야 겨우 퇴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보건소에서 자신의 업무가 많은 편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요즘 전 직원이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이 퇴근하는 시간에도 여전히 보건소에서 우한 폐렴과 싸우는 직원이 한두 명이 아니라 퇴근하기에도 미안한 심경이라고 했다.



심혁석 주무관은 “최근 시간을 제대로 못지켜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이라며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보건소 직원들은 방역과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모두 힘을 합쳐서 이번 사태를 잘 이겨내자”고 당부했다.



4일 오전 9시 대구 남구보건소.



보건소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선별진료소라고 적힌 큰 컨테이너 박스가 눈에 띄었다.



문 입구에 달린 벨을 누르자마자 마스크를 낀 직원이 달려와 마스크를 주며, 중국 방문 여부를 물었다.



보건소 안으로 들어가자 1층 진료실에는 진료상담을 기다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진료소 한편에서는 우한 폐렴을 걱정하는 문의 전화 벨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남구보건소 전 직원은 요즘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한 직원은 “오전에만 수십 통의 문의 전화를 받는다. 걸려온 전화를 끊자마자 다른 전화가 걸려와 다른 업무보기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추가 연장근무는 당연하고, 하루에 수백 통씩 걸려오는 전화기를 붙잡고 민원인을 응대하는 탓에 퇴근하는 자정 무렵에는 몸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터무니없는 전화다.



우한 폐렴 증상 호소에 개인정보를 묻자, 사생활 침해라며 따지는 민원인,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더 달라고 떼를 쓰는 민원인, 가벼운 감기 증세지만 1시간가량 전화를 끊지 않는 민원인 등 각양각색이다.



감염예방팀 김외숙(58·여) 팀장은 설 연휴 기간에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우한 폐렴이 덮치는 바람에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와중에 차마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여행을 취소한 후 곧바로 보건소로 달려갔다.



김 팀장은 “모처럼 계획한 가족여행을 포기한 것은 물론, 출산휴가를 내려고 한 직원, 육아부담이 큰 직원 등 전 직원이 개인생활을 포기하고 밤늦게까지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외숙 팀장은 “30여 년 가까이 보건직으로 근무하면서 메르스, 사스 등 비상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시민의 공포감이 크다”며 “최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우한 폐렴을 원천 봉쇄하는 일에 앞장선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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