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미궁 빠진 통합신공항 이전사업, 어떻게 될까

발행일 2020-02-05 15:57:3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경북 재도약과 상생발전의 기틀이 될 것이란 기대 속에 추진 중인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군위군의 주민투표 결과 불복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나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현재로선 군위군의 반발이 워낙 거센 탓에 신공항 이전사업의 주체인 국방부와 대구시는 물론이고, 경북도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일단 시간을 갖고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예정된 2026년 군공항, 민간공항 동시 개항은 고사하고 이전사업 전체가 표류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있어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구시는 2월부터 진행할 계획이었던 군공항 이전사업 기본계획 수립과 K2 이전 터 개발 관련 용역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0년 군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 2021년 대구시-국방부 간 합의각서 체결 및 민간사업자 공모, 2021년~2022년 기본 및 실시설계 등 대구시의 후속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월21일 시행된 주민투표에서 공동후보지(의성 비안-군위 소보)가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선정됐지만, 군위군은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군위군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제8조 2항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국방부 장관에게 군 공항 이전 유치를 신청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며 주민투표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주민투표에서 군위 우보(단독후보지)가 군위 소보(공동후보지 지역)보다 3배가량 높게 찬성률이 나온 만큼 우보로 신청하는 게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고 타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경북민들은 군위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그렇지만 지역민 전체의 합의 속에 신공항 이전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대전제를 고려해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역시 군위군의 반발에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군위군이 승복한 가운데 이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설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시, 도는 또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 국방부가 예정된 후속 일정을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국방부는 1월29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지역사회의 합의에 따라 정당하게 수립된 선정 기준 및 절차와 그에 따른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향후 이전부지선정원회에서 의성 비안-군위 소보를 이전 부지로 선정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경북도, 대구시, 군위군, 의성군 등 지역 자치단체와 국방부의 이해가 직접 걸려 있는 사업이긴 하지만 수십조 원에 이르는 전체 사업 규모나 건설 과정과 그 이후에 지역에 미칠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500만 대구·경북민이 함께하는 대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군위군이 애초 합의대로 공론화 과정과 주민투표를 거쳐 결정된 지역공동체의 합의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게 시, 도민들의 요구이고 기대이다.

◆ 주민투표 결과 불복 상황, 왜 발생했나

군위군의 주민투표 결과 불복 상황이 발생하자 국방부가 애초 법적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로 부지 선정 기준을 정한 것이 이 같은 사태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군위군이 불복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특별법 제8조 2항에 따르면 주민투표 결과 공동후보지가 선정되면 군위군수와 의성군수가 공동으로 유치 신청을 해야 한다. 따라서 공동후보지의 경우 애초에 이 같은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거란 예측이 가능했었다는 것이다.

또 국방부가 2017년 법제처에 이 조항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 합의를 미리 해놓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당시 법제처는 유치신청을 하지 않은 지역은 이전 부지로 선정할 수 없으며 공동후보지의 경우 한 곳의 자치단체장이 단독으로 전체 이전 후보지에 대해 유치 신청을 할 수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답변을 듣고도 국방부는 물론이고, 대구시도, 경북도도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 군위군의 주민투표 결과 불복

국방부의 공식입장 발표 후에도 군위군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는 1월30일 국방부를 방문해 입장문을 전달하고 공동후보지 추진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군위군추진위는 “2만4천 명 군위군민은 국방부가 현 방침을 고수할 경우 법적 투쟁은 물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사 항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신공항 주민투표 집계에서는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의 경우 의성 비안이 투표율 88.69%, 찬성률 90.36%로 나왔고, 군위 소보가 투표율 80.61%, 찬성률 25.79%를 기록했다. 또 단독후보지인 군위 우보는 투표율 80.61%, 찬성률 76.27%로 나왔다.

그러나 군위군은 주민투표 집계 직후인 22일 오전 2시께 국방부에 탈락한 군위 우보를 이전지로 하는 유치신청서를 보냈다. 유치신청서에는 ‘주민투표 결과 군위군 우보가 찬성률 76.27%, 소보가 찬성률 25.79%로 나와 원만한 사업 추진을 위해 우보면 일대만 단독 유치 신청한다’고 적혔다.

군위의 단독후보지 유치신청에 지역에서는 4개 지자체장의 합의정신을 위반한 것이란 비판이 크게 일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주민투표 기준과 원칙에 합의한 데는 세세한 유, 불리 조건이나 지역의 의견 및 입장 차이를 넘어서서 총론적으로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합의정신이 담겨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 수습 열쇠 쥔 국방부 향후 행보는

지역사회의 혼란이 계속되면서 이전사업 추진의 주체인 국방부의 입장과 향후 행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이전부지 선정은 주민투표 이후 해당 지자체장의 유치 신청과 국방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이전부지선정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국방부 장관이 최종 이전지를 선정,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미 1월29일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지역사회의 합의정신을 존중해 이전지 선정 조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지역의 관심은 국방부가 이전부지선정위원회의를 언제 개최하는지에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공식 입장문 발표 이후 향후 일정과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는 국방부가 선정위원회 개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 국방부가 공동후보지 찬반 논란이 일자 의성-군위 간 합의가 필요하다며 1년 넘게 선정위 개최를 연기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선정위원회 개최 시기와 관련, 특별법에 선정위원회 개최의 전제 조건에 해당 지자체의 유치 신청이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군위군은 현재 국방부 입장문만으론 법적 대응할 근거가 없어 선정위원회 개최 및 결정 등 공식 행정절차를 지켜본 뒤 대응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 대구시, 경북도 입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월30일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에 이전부지 선정과 관련한 지상파 TV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군위군추진위도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토론회에서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특별법의 제8조 2항과 제8조 3항의 해석 문제가 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8조 2항의 경우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하여’란 자구 해석을 두고 군위군과 국방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으며, 제8조 3항에는 국방부장관은 제2항에 따라 유치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전부지를 선정한다고 돼 있다.

군위군은 3항을 근거로 1월22일 유치 신청한 군위 우보 후보지에 대해 선정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유치 신청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북도는 탈락지역에 대한 추가 지원안도 검토하고 있다. 배후도시와 산업단지 조성, 그리고 교통망 사업 외에 추가로 국책사업 유치 등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1월22일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투표 결과에 아쉬움이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구경북의 새 역사를 함께 써 간다는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조만간 유치 신청과 국방부 군공항 이전부지선정위원회의 심의,의결 등 절차를 통해 최종 이전지가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두 광역단체장이 발표 형식을 애초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으로 변경한 것을 두고 군위군의 불복 움직임을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함께 옮겨 건설하는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군위군의 주민투표 결과 불복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나 후속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주민투표에서 이전지로 선정된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연합뉴스
서브사진1-대구공항 청사와 착륙을 위해 저공비행하고 있는 항공기 모습.
서브사진2-권영진 대구시장(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군위군의 불복 사태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주민투표 다음 날인 1월22일 대구시청에서 만났다. 이날 오전 2시 군위군은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군위 우보를 이전지로 하는 유치신청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