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체를 밝혀라

시인에게 꽃은 그랬다.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어서야 비로소 꽃이 되었다고. 남들이 꽃으로 인정해 주어서 꽃이 됐다는 거다. 꽃으로 불리기 위해 자신이 먼저 보여주었다. 정체성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28살 청년 원종건이 자신의 민주당 인재영입 자격을 스스로 반납한다는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 보면 산뜻하고 쿨하다. 인터넷 서핑으로 챙겨보니 그가 한 때 주위의 따뜻한 시선과 세상의 관심을 받았던 사실 정도를 알게 됐다. 물론 그를 인격파탄자시하는 미투 폭로자의 주장이 사실인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그가 정말 어떤 인간이었는지, 누구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21대 총선 출마 포기 발언도 그 경위를 짐작은 할 수 있다. 그가 청와대에 있을 때 부동산 투기로 커다란 이득을 챙겼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그는 실제 차액보다 더 많이 사회에 기부했다고 토로했다. 그가 아무리 억울하다며 요동쳐도 세상의 눈총만큼은 피해 갈 수 없다는 현실을 그 자신은 물론 민주당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총선을 앞둔 예비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 바쁘다. 후보들이야 일단 지명도를 높이는 일이 급하겠지만 유권자로서는 정말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여간 궁금하지 않다. 원종건씨나 김의겸씨처럼 행적이 드러난 사람들이라면 요즘 세상에서 그의 행적을 뒤지는 일이 가능하겠지만 그나마 빙산의 한조각일 뿐이다.

많은 후보들이 자신의 경력을 들어 화려한 공적을 나열한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고. 과연 그러한가. 그것이 정말 사실이고 그렇게 자랑만 할 일인가. 공직자로 잘못한 결정이나 처신은 없었나. 자리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이용한 적은 없나. 비리나 부정이라 콕 집어 법률적 심판을 받지 않았다고 청렴하거나 유능한 것도 아닐 것이고 반대로 무능과 무사안일로 사회적 국가적 손실을 입힌 적은 없는가.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지만 그럴수록 그가 몇 살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느 동네서 자랐다. 어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을 나왔다. 직장과 사회 생활은 어떠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단순히 과거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어떤 정치인에 대해서는 그의 출신 고교 총동창회에서 제명했다는 뉴스가 나와 진위를 확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총동창회 차원에서는 그렇게 결정한 적이 없다며 해명했으나 그의 동창들이 눈 퍼렇게 살아 있으니 지역에서 그의 학창시절 행적은 도마 위 생선이다.

또 어떤 정치인은 고위직에 있을 때 국가적 송사 사건의 당사자였다는 거다. 당시 그의 결정과 판단이 국가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면서 상대당 예비후보가 공개 토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물론 사람은 성장하니 어린 시절 또는 학창시절 이야기나 직장에서의 행위가 전부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분명히 밝혀져야 하고 당시 어떻게 판단했고 지금은 거기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유권자들은 알아야 한다.

아무런 보장도 보증도 할 수 없는, 아니면 그만인 공허한 정치적 수사나 공약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후보자의 인간됨이다. 그래서 유권자가 궁금한 것은 그의 행적이다. 자랑하고 싶은 경력만큼이나 그의 실수나 잘못도 알고 싶다. 물론 평가가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그럴수록 그의 행적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사람인가 알아야 한다.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앞세우는 후보라면 공직자가 되겠다거나 아예 지도자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 공인이라면 모두 까밝힐 각오를 해야 한다.

과거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개할 수 있는 떳떳한 후보. 정직한 후보. 세금으로 먹여주는 또 한 명의 관리가 아닌, 개인의 이익보다 지역을 대변하고 대표하고 공공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그런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언론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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