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연기까지…입학시즌 반짝 특수 누렸던 대학가 상권 ‘절망’

발행일 2020-02-06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6일 지역 대학가 텅텅 비어 적막감 감돌아, 상인들 한숨

상인들, 입학·졸업 취소에 개강 연기까지, ‘엎친 데 덮친 격’

6일 낮 12시 대구 북구 경북대 앞 대학가 상가거리 모습. 평소 식당을 찾는 학생들과 시민들로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우한 폐렴의 여파로 거리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정말 죽을 맛입니다. 기약도 없고…, 그저 눈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지역 대학가와 인접 상권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학마다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졸업식·입학식 등 기존 행사를 취소하고, 개강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경북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 지역 대학들은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개강 연기를 발표했다.

이에 입학·개강 시즌 반짝 특수를 누려 왔던 대학가 음식점, 주점 등 대학가 상인들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6일 낮 12시, 대구 북구 경북대 후문 일대 대학가는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었다.

평소 학생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하루아침에 텅텅 비어 썰렁하게 변했다. 가끔 지나가는 시민들도 마스크와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채 빠른 걸음으로 급히 거리를 빠져나갔다.

평소 학생들로 붐비던 화장품 가게나 핸드폰 액세서리 가게, 옷 가게 등은 아예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식당가도 냉랭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이었지만 가게마다 테이블은 텅텅 비어 있었고, 상인들은 멍하니 입구만 쳐다보고 있었다. 일부 가게는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경북대 앞에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지운(45)씨는 “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되며 거리 자체에 인적이 끊겼다”며 “직종 상관없이 모든 가게가 힘들다. 개강만 기다려왔는데 개강까지 밀렸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한 상인은 “열 감지기까지 비싼 돈을 들여 마련해 놨지만 손님이 아예 없는 데는 방법이 없다”며 “상황은 계속 안 좋아지는데 우리 자영업자들은 마냥 이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걱정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김지영(22·여)씨는 “감염 우려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애초에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자제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업계도 우한 폐렴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개강 전 숙소를 구하는 학생들로 1년 중 가장 바빠야 할 시기지만, 우한 폐렴 확산 및 개강 연기 등으로 발길이 뚝 끊겼다.

경북대 앞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달까지 꾸준히 찾아오던 손님들이 설 직후부터 갑자기 뚝 끊겼다. 단순 불안심리인 것으로 보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6일 오후 1시15분 대구 달서구 계명대 앞 대학가 거리의 모습.
같은날 달서구 계명대 앞 대학가도 우한 폐렴 확산 불안 심리 탓에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리가 한산했다.

계명대 앞에서 한식 식당을 운영하는 이재호(51)씨는 “식당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우한 폐렴에 개강 연기까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인근의 호프집 주인 한성갑(44)씨는 “원래 대학교 앞 상가는 매년 개강 시즌이 가장 대목”이라며 “우한 폐렴이 확산되더라도 대학교가 개강하면 경기가 차츰 나아질 것이라 믿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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