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불안으로 떨게 한다. 대보름달은 시절에 아랑곳없이 밝고 크게 슈퍼 문이 되어 떴다. 달을 보며 사람들은 어떤 기도를 올릴까. 요즘엔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더 나쁜 소식이라도 들려올까 봐서. 선별 진료소 당번을 서다 보니 하루의 시간은 너무도 길게 느껴진다. 중국을 거쳐 왔으면 확인서를 작성해서 오라고 요구하는 회사도 있고 아이들은 열이 조금만 나도 선별 진료소를 찾는다. 보호구를 착용하고 환자를 진찰하는 것은 참 힘들다. 발걸음이 뜸해진 사이 찬바람 속에 나섰다. 중천에 뜬 달님에게 두 손을 모아 본다. 어서 사태가 종식되어 일상으로 돌아가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코로나는 왕관(crown)이라는 뜻이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왕관 모양의 돌기가 있는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에게 인후염, 위장관 질환에 흔히 발견되던 친숙한 바이러스였던 것이 얼마나 지독한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뉴스엔 ‘코로나‘라는 단어가 지배하고 있다. 한 친척은 한잔하시면 늘 자랑삼아 이야기하신다. 장가든 날 코로나 택시를 타 보았다. 60년대 코로나 택시로 나들이를 하였으니 어찌 그 추억을 잊겠는가. 어떤 이는 코로나 맥주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나이 어린 조카가 코로나맥주 캔에 그려진 노랑이를 보고는 디메트로돈 공룡이라며 사달라고 졸라댄 적이 있다. 그때 할 수 없이 박스로 샀던 적도 있으니. 추억이 깃든 코로나가 이젠 잠자리에서도 가위까지 눌리게 한다. 오늘은 또 얼마나 공포에 질린 환자들을 만날까.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고 환자일 가능성이 높으면 음압 병동에 입원 시켜 상태를 지켜보면서 검사를 한다. 음압 병동은 독립된 건물이라서 통로도 병원과는 완전 별도로 되어있고 음압병실 자체가 주변의 기압보다 낮은 압력을 유지하면서 내부의 공기가 정해진 통로로만 빠져나가도록 시설이 되어 있다. 음압 시설은 내부 압력이 낮으므로 외부로 공기 유출이 되지 않는다. 압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지 않던가. 그러니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오려 하지, 절대 안쪽의 오염된 공기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다. 동력을 이용해 빼내는 공기통로에는 필터를 이용해 바이러스나 세균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기에 참으로 안전한 시설이 바로 음압 시설이다. 배기구도 따로 분리되어 있는 병실을 음압 시설 병실이라 부른다. 이런 음압시설을 별도로 갖춘 병동을 음압 병동이라고 부른다. 음압 시설은 심각한 호흡기 전염병 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다. 최근엔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70대 여성 환자가 감염되어 더 걱정스럽다. 중국을 다녀온 아들 며느리와 동거했을 뿐인데 그들은 1차 검사에서 음성이라고 나왔으니, 증상이 없는 무증상 환자가 감염원이 되었는지, 증상도 나타나지 않고 타인에게 감염만 시키고 자신은 그사이 자연 치유되었는지, 방역 당국에서 면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바이러스는 건조한 환경에서 증식을 잘한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의미로 물을 많이 마시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건조한 환경을 피하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오래지 않아 출시 백 년을 맞이한다는 투명한 병에든 황금빛 찰랑대는 생기 있는 코로나 맥주병을 보면서 ‘그때 그 병이 바로 이것과 같은 이름이었지’ 떠올릴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무사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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