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황교안과 유승민의 ‘자기희생’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 정국에 초대형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새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신설 합당을 제의하면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험지로 일컬어지는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두 야당 지도자의 잇단 선언은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인 중도·보수 야권 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중도·보수 야권의 통합신당 급물살

유 위원장의 불출마는 탄핵사태 이후 대구지역 일부 보수성향 시민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승민 거부 반응’을 불식시킬 계기가 될 것이다.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보수 재건 3원칙을 제시했다. 이날 그는 “이 원칙만 지켜진다면 공천권과 지분, 당직에 대한 일체의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도로 친박당, 도로 친이당’이 되지 않도록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건 조건은 합리성이 있다. 보수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에 앞서 황 한국당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와 진보-보수 간 빅매치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출마가 보수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방아쇠가 될지, 아니면 장렬한 옥쇄로 마무리 될지 아직 모른다. 조금 늦긴 했지만 올바른 선택이다.

그간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의 마음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작게는 개인적 정치 생명을 거는 일이고, 크게는 인물난에 허덕이는 보수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결정이다. 선뜻 결단을 내릴 수 없는 개인적 갈등, 그리고 보수 정치 지도자로서 대국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저어하는 고뇌가 읽혀진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그들의 결단은 야권 공천혁명으로 이어져야 한다.

황 대표는 ‘현역 의원 50% 교체’ 등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 스스로 험지를 택한 그는 공천과 관련 당내 누구의 눈치도 볼 이유가 없다. 오직 총선 승리만 보고 가면 된다. 공천관리위원회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약속한 인적 쇄신과 혁신공천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야 한다.

한국당 중진 김무성 의원은 “야권 통합이 이뤄지면 광주, 여수 등 어느 곳이든 당이 요구하는 곳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이끌어 내는 물꼬가 트였다.

홍준표 전 당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 중진들도 늦었다는 핑계만 대면 안된다.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들을 몇차례씩 국회로 보내주고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키워준 국민과 당원들에 대한 보답이다.

---대구지역도 차제에 친박 논란 정리해야

대구·경북 정치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황·유 두 사람의 결단은 대대적 컷오프 예고에 맞서온 지역 의원들의 반발을 잠재울 명분이 될 전망이다.

지역 의원들은 “선거철만 되면 TK 물갈이론이 찾아온다. TK가 당의 식민지냐”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도 이번 기회에 친박 논란을 정리하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때마다 유령처럼 찾아와 지역 여론을 분열시키고 지역의 정치적 역량을 모으는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보수 정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동시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내리 3연패했다. 이번 총선까지 지면 재기불능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통상 총선은 여당의 ‘국정 안정론’과 야당의 ‘정권 심판론’ 맞대결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 정국에는 ‘야당 심판론’이 등장했다.

여당과 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중간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심판이나 청산의 대상이 아니다. 국정 운영의 견제자고 감시자다. 감시자를 심판해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중도·보수가 되살아나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지국현 논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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