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졸업식

▲ 대구 불로초병설유치원 유아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한 졸업식을 가졌다.
▲ 대구 불로초병설유치원 유아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한 졸업식을 가졌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일선 학교의 졸업식이 취소나 축소되는 가운데서도 졸업의 의미를 더할 수 있도록 이색적인 졸업식을 진행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유아들이 직접 꾸민 졸업식

유치원 졸업을 맞은 유아들이 직접 졸업식을 기획하고 진행한 곳이 있다.

지난 7일 졸업식을 가진 대구 불로초등학교병설유치원의 이야기다. 해당 유치원은 졸업식 슬로건을 유아들이 직접 ‘사랑해요’라고 정하고 이에 맞게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이색적인 졸업식을 가졌다.

졸업식을 위해 만 5세반 유아들은 졸업식의 내용이나 형식, 방법까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 안내장이나 현수막 구성, 식장 꾸미기 등 졸업식의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유아들의 의견을 수합하고 문서화하는 도우미로 아이디어의 생성과 구현을 지지하는 역할만 했다.

‘사랑해요’라는 슬로건에 맞춰 진행된 졸업식에서는 선생님들께 사랑의 편지와 꽃다발을 전하는 ‘선생님 사랑해요’ , 담임교사가 졸업생들에게 사랑의 편지를 낭독하는 ‘푸른하늘반 사랑해요’ , 자축 공연으로 진행된 ‘나를 사랑해요’ 3가지 코너가 진행됐다.

졸업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해 학부모 참석 없이 유아와 교직원들만 참석해 진행됐다.

만 5세 권하준 어린이는 “우리가 하고 싶은 졸업식을 직접 만들어서 자랑스럽고 좋았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학부모 전영숙씨는 “아이들이 졸업식을 직접 계획하고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부모님 참석을 제한해 졸업식을 직접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선생님들께서 보내주신 영상과 아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말했다.

박순복 원장은 “유치원은 항상 모든 교육활동을 유아가 주도적으로 해 나가도록 돕고 있다. 이번 졸업식을 통해 다시 한 번 유아들의 창의성과 인성이 빛날 수 있었으며 유아들에게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 연령 60세 중학교 졸업식

중학교 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이 60세인 학교가 있다. 경상중학교 부설 방송통신중학교가 그렇다. 방통중은 지난 9일 제5회 졸업식을 열었다.

졸업생 126명의 평균 연령은 60세다. 졸업생 중 최고령은 85세(1935년생)다.

방송통신중은 경북 영주, 울산, 상주 등지와 경남 거제, 충북 옥천 등에서 등교하는 학생과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로 이뤄져 있다. 학생 대부분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혹은 부모나 형제, 자매를 위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을 위해 직장생활을 시작해야 했던 배움의 한을 가진 분들이다.

졸업생 중에는 사회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인정하는 학습경험인정제로 2년 만에 조기 졸업하는 학생도 있다. 올해 조기졸업자는 2명이고, 졸업생의 90% 이상(올해 112명)은 방송고로 진학해 학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래서 뒤늦게 학업을 시작한 이들의 수업은 일반 중학교와 다를 수 밖에 없다. 수업시간에는 졸거나 엎드려 자는 학생이 없다는 것.

박현동 교장은 “비록 늦은 공부였지만 입학할 수 있었던 용기와 오랜 기간 졸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인내는 특별한 존경받아 마땅하다”며 졸업의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