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억대 농민에 등극한 농사의 달인||3천㎡의 오이재배로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사
억대 연봉은 셀러리맨의 로망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억대 연봉자는 2017년 기준 72만 명이다. 셀러리맨들은 봉급명세서에 찍히는 9자리 숫자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린다.
농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기준 억대 농민은 3만6천여 명이다. 전체 농민의 3.6%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농가소득 목표가 5천만 원이다. 올해 추정 농가소득이 4천335만 원인 점과 비교하면 꿈의 소득이다.
◆농업을 천직으로 삼은 오이 농사 달인
윤 대표는 평생을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때 농기계 수리점을 운영했고, 소 중개인으로도 활동했었다. 1986년부터는 오이 농사에 전념했다. 농사 이력이 30년을 훌쩍 넘겼다.
◆나만의 기술력으로 승부
보람농장이 있는 칠곡 낙동강변은 오이 재배의 최적지다. 비옥한 사양토를 기반으로 풍부한 일조량과 지하수, 겨울철 따뜻한 기온 등 오이재배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윤 대표가 오이재배 달인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좋은 자연환경과 특별한 재배기술이 보태진 결과다. 오늘날 전국에서 알아주는 ‘금남 오이’의 명성을 굳힌 것도 이런 좋은 환경과 윤 대표를 비롯한 작목반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맞춤형 농기구 제작으로 편한 농사
윤 대표는 맥가이버다. 그의 손을 거치면 모든 것이 재탄생한다. 수많은 농기구를 직접 만든다. 농장 일손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일손이 줄어드는 만큼 경영비도 준다.
어느 농가에나 있는 전동 드릴을 활용해 만든 식혈기는 나무나 모종을 심을 때 구덩이를 뚫는 농기구다. 이걸 이용하면 하루에 7천 개를 뚫을 수 있다. 5~6명이 해야 할 작업량을 혼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다.
이뿐만 아니다. 무슨 기계든지 윤 대표의 손에 들어오면 20년 이상 사용한다. 30년이 된 관리기와 온풍기는 아직도 힘차게 돌아간다. 언제나 점검과 정비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오이 재배 소득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높다. 2017년 기준 오이촉성재배 평균 소득률이 46.8%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경영비를 절감했는지를 알 수 있다. 국내 굴지의 농기계회사 직원들도 수시로 농장을 방문해 아이디어를 구할 정도다.
◆토양관리는 농부의 절대 과제
하우스 오이는 1년에 두 번 재배하는 2기작이다. 봄 재배는 1월에 모종을 심어 2월 말부터 6~7월까지 수확한다. 가을 재배는 9월에 심어 10월 말에서 다음해 1월 말까지 수확한다. 그렇다 보니 7~8월 2개월 동안은 쉬는 기간이다. 땅의 입장에서 보면 쉬는 기간이면서 땅심(지력)을 보충할 수 있는 기간이다. 땅이 건강하고 힘이 있어야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 윤 대표의 생각이다.
땅심을 돋우는 작업도 특별하다. 오이 수확이 끝나면 싹을 틔운 볍씨를 뿌려서 벼를 키운다. 키운 벼는 가을 재배 직전인 9월께 예취기를 활용해 3단으로 절단한 후 다시 갈아엎는다. 물을 가둔 상태에서 벼를 재배함으로써 토양에 쌓인 염류도 제거하고 퇴비로 활용해 땅심도 높이는 것이다.
봄 재배가 일찍 마치면 쌀을 수확할 정도로 자라지만 과감하게 포기하고 퇴비로 사용한다. 땅에서 나온 것을 땅으로 돌려준다는 생각에서다. 오이를 심은 후에는 고랑에 볏짚을 깔아 잡초발생을 막으면서 습도조절이 되도록 한다. 물론 썩으면 퇴비가 되기때문에 3중의 효과를 거둔다.
◆즐기면서 농사짓는 욜로족
‘농사꾼이라고 해서 일만 하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 윤 대표의 주장이다. 일할 때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여유롭게 쉰다. 계절적으로 노동력이 집중되는 농촌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을 실천한다.
규모를 확대해 소득을 높이라는 주변 권유도 사양하고 현재의 규모에 만족한다. 1t 트럭에 탑재하는 캠핑카를 제작해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떠난다. 1천300㏄ 대형 바이크를 구입해 부인과 함께 거리를 질주하고, 한적한 시골길에서 드라이브도 즐긴다.
집 앞에는 소나무를 심고 잔디를 심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간혹 주변에서 농사지을 땅에 정원을 만든다고 질책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농민도 즐길 권리가 있다. 30년 전에 이미 억대 농민의 반열에 오른 농사의 고수이자 달인이면서도, 여유를 가지고 현재의 생활을 즐기는 욜로족(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이라고 할 수 있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