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공포 바이러스’가 더 위험하다

발행일 2020-02-11 09:45:2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공포 바이러스’가 더 위험하다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주말 몇몇 외식산업 종사자들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대구에서는 꽤나 알려진 신흥 상권인데다 가장 핫한 저녁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한두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식당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그 전 같으면 으레 나누었을 악수도 머뭇거리는 게 보였다. 몇몇은 주먹인사로 대신하기도 했다. 악수를 하려다가도 서로 멈칫하면서 주먹을 가볍게 부딪치며 인사를 대신하는 것이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가 그랬다. 당시엔 ‘악수를 자제하자’는 자발적인 운동까지 일어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비말(기침 등을 할 때 튀는 매우 작은 침방울)을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악수 인사법에까지 공포가 덮쳤다. 악수를 하면서 손바닥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는 말에 ‘주먹인사’가 다시 유행인 것이다.

전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걱정으로 공황상태이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불안감도 커져만 가고 있다. 이미 각종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일부 학교의 휴업 결정과 곳에 따라서는 봄방학까지 겨울방학이 연기되기도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들은 개강 시기를 3월 중순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안전이 최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감염증일 경우 더욱 그렇다. 때문에 안전을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나갈 필요는 있다. 대통령의 말처럼 바이러스에 관한 한 시기를 놓치는 것 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

다만 근거 없는 공포가 확산되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공포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훨씬 큰 것 같다. 누가 가벼운 기침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대중들의 불안을 비집고 공포가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공포, 근거 없는 공포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

제일 먼저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잘못된 정보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위기라는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영화관이나 식당, 호텔 등은 발길조차 뜸해졌다. 여행 취소, 각종 행사 취소에 이어 이젠 외출 자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각종 괴담과 거짓정보까지 떠돌아다니며 공포를 키워나가는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인포데믹(infodemic)’으로 표현했다. 인포데믹은 각각 ‘정보’와 ‘감염병 확산’을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에피데믹(epidemic)을 합친 신조어로 ‘정보감염병’을 뜻한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 괴담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조성해 사회문제로 키워나가는 바이러스와 다름없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와 확산방지도 중요하지만 막연한 불안을 잠재우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대책 없는 ‘안심 바이러스’를 퍼트리자는 것이 아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만 잘 준수한다면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문제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이다.

공포도 결국은 정보가 가려질 때 커지게 마련이다. 당국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짜뉴스가 발붙일 틈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근거 없는 불안 때문에 과잉 대응을 하게 만드는 것은 낭비다.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회가 10일 서울의대 기초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대책위가 발표한 내용도 지나친 불안감 때문에 의학적 상식에서 벗어난 과잉 대응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과잉 대응 사례로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의 동선 지역에 대한 출입규제, 유치원·학교의 휴업 등을 꼽았다.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는 더욱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지금은 개개인의 일상생활이 너무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심리마저 쪼그라들고 있다. 작은 식당 출입까지 삼가는 정도다. 이는 소비둔화로 이어지고 어려운 지역경제를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선제적인 방역 뿐 아니라 막연한 공포를 다스리는 데도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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