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통합신당준비위원회가 지난 10일 통합신당의 이름을 ‘대통합신당’으로 잠정 합의했다. ‘대통합신당’ 당명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신당 이름으로 여럿 거론됐으나 다수 의견인 ‘대통합신당’을 채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합신당’이라는 당명은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에만 앞선 나머지 정당으로서의 색깔과 정체성이 없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돼버렸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내에서 ‘대통합신당’ 당명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총선을 치른 후 추가로 논의할 여지는 남겨놓았지만 급조한 정당 냄새가 물씬 풍긴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당 창당이 잇따르면서 당명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선관위의 ‘비례한국당’ 당명 불허 결정에 따라 ‘비례’를 ‘미래’로 바꿨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주축이 된 당의 이름을 ‘안철수신당’으로 쓰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대신 ‘국민당’으로 바꿨다. 선관위가 당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국민의 당에서 ‘의’자 한 자만 뺐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옛 국민의당 계열 3개 정당이 통합한 신당도 조만간 출범 예정이다. 어떤 이름을 내걸지 궁금하다.

정당 이름은 사회적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어떤 이름을 지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선관위가 ‘안철수신당’을 정당의 정책과 가치를 표방하는 이름이 아니라며 불허했듯이 정당의 이름에는 나름 정당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지향하는 이념도 미뤄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내놓은 ‘대통합신당’이라는 이름은 뭔가 옹색하다. 이 이름은 2007년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국회의원들이 만든 ‘대통합민주신당’(원래는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과도 비슷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 후보가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후 2008년 민주당과 합당하며 사라졌다.

아무리 통합이 발등의 불이라고 해도 ‘대통합신당’ 당명은 아니다. 선거후 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임시 정당명이라고 해도 적절치 않다. 국민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약하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단 며칠이라도 시간을 갖고 공모 등 절차를 통해 근사한 이름을 지어 새로 출범하기 바란다.

통합 신당이 보여줘야 할 가치는 낡은 관행과의 결별이다. 가치와 철학이 없는 정당 이름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다름 없다. 같은 값이면 정당명은 보수 우파의 기본 이념을 담아내고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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