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특별법 시행 1년

정경윤

대구지방환경청장

지난해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건강을 위협하는 10가지를 발표하고 이중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첫 번째로 꼽았다. 요즈음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혼란 속에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6위였고, 현재까지 3,700만 명의 감염자와 3,500만 명의 누적 사망자를 낸 에이즈는 10위를 차지하였으니, 세계의 보건전문가들은 대기오염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HO는 세계 인류 중 91%가 기준을 초과하는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으며, 매년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조기사망자수를 7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420만 명은 대기오염 때문이고 320만 명은 오염을 발생시키는 취사기구와 연료사용으로 인한 실내공기 오염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산업화가 확대되고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대기오염 사건들이 발생하였는데, 1930년 벨기에 뮤즈밸리 사건, 1943년 LA스모그, 1952년 런던스모그 등이 발생하였고 많은 인명 피해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대기정화법(1956년), 미국은 청정대기법(1970년)을 잇달아 제정하였다.

우리나라도 대기오염에 대응하기 위하여 1971년 공해방지법을 제정하였으나, 이를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한 대기환경보전법은 다소 늦은 1991년이 되어서야 제정되었다. 우리나라 대기질 공식통계를 모두 수록하고 있는 ‘에어코리아’의 1989년부터 지난 30년간 주요 대기오염물질 통계를 살펴보면 대구의 경우 아황산가스는 1996년부터 환경기준(0.02ppm)을 만족하고 있고, 1992년까지 계속 높아지던 이산화질소는 이후 상승세가 꺾여 환경기준을 초과한 적이 없다.

크기가 10㎛ 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의 농도는 1995년 최초 측정시에는 환경기준(50㎍/㎥)을 크게 초과하는 80㎍/㎥ 수준이었으나 2009년 환경기준을 달성하고 지금은 양호한 상태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산업계가 대기오염방지시설에 투자하고 아울러 국민, 지방·중앙정부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새로운 문제도 생겨났다. 2013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머리카락 굵기의 1/30 밖에 안되는 크기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 2.5)를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석면·벤젠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소 늦은 2015년부터 공식집계된 초미세먼지는 대구지역의 경우, 26㎍/㎥(2015년), 24㎍/㎥(2016년), 23㎍/㎥(2017년), 22㎍/㎥(2018년)으로 점점 좋아지고는 있으나, 환경기준인 연간 15㎍/㎥를 초과하는 수준이어서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저감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오는 15일은 초미세먼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줄이고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미세먼지 저감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특별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배출량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소·석유화학 공장 등은 가동률을 조정하고, 공공사업장은 가동 단축, 공공부문 차량 2부제가 실시되었다. 어린이·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대책과 아울러 취약계층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을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정하고 관리하도록 하였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미세먼지특별위원회와 미세먼지 개선기획단을 두고,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도 설치하였다. 특별법에 따라 2019년 11월에 수립된 종합대책은 2024년까지 향후 5년간 총 20조 2천억 원을 투입하여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를 16㎍/㎥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또한 기온 역전현상이 발생하여 대기오염 농도가 높아지는 겨울철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하여 12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도 이번 겨울부터 실시하고 있다.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 초미세먼지라는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방·중앙정부는 관련 제도를 보완·정비하고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하였고, 산업·수송·가정 등 각 분야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된다면 과거 아황산가스 등의 오염을 슬기롭게 극복한 것과 같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닥쳐온 초미세먼지라는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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