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념사업 공약 봇물…“시행착오는 안돼”

발행일 2020-02-12 15:37:0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총선을 앞둔 정치권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구의 아들’ 봉준호 감독 기념사업 공약과 아이디어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1969년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난 그는 3학년 때까지 지역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후 서울로 이사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하룻만인 지난 11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간부회의에서 “봉 감독이 대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기념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조재구 남구청장도 “봉준호 거리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중·남구 선거구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기념사업의 구체적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대명동에 봉준호 기념관을 건립하겠다. 대명2공원을 ‘봉준호 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겠다. 생가터를 복원하고 영화의 거리를 만들겠다. 봉준호 동상과 영화 ‘기생충’ 조형물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또 “생가터 주변에 명예의 전당, 영화 박물관, 독립영화 멀티 상영관, 가상현실(VR) 체험관, 봉준호 아카데미 등을 건립해 봉준호 타운을 건립하겠다”는 공약도 제시됐다. 봉준호 스토리거리, 대형 영상 테마파크 조성과 함께 달서구 대구시 신청사 옆에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정치권의 공약 제시를 나무랄 수는 없다. 발빠른 것도 좋지만 조금 혼란스럽다. 충분한 검토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공약부터 발표하는 관행도 떨쳐내야 한다. 나중에 시민들을 맥 빠지게 하는 것이 이런 것들이다. 동상 건립, 생가터 복원 등 일부 아이디어는 지나치거나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성이다. 대구시 차원에서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기념사업과 없이도 할 수 있는 사업을 구분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 의논을 해야 한다.

유명인을 소재로 하는 기념사업과 셀럽거리 조성은 이미 트렌드로 뿌리내렸다. 성과도 크다. 중구의 ‘김광석 거리’가 단적인 예다. 그러나 당사자 동의없이 성급하게 나섰다가 성사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등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것이 먼저다. 마음만 앞서면 헛공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권영진 시장의 이야기처럼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당사자가 지역사회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접촉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공감대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시행착오가 없도록 차분히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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