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선조들의 지혜 배워요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가 겪지 못한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엿보기도 하고 교훈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책은 어렵다’라는 선입견때문에 책을 들기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소개하는 3권의 책은 우리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기록물을 바탕으로 이야기 재구성을 통한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새로쓰는 삼국유사’를 비롯해 지폐와 선물을 키워드로 풀어낸 역사 속 이야기들이 준비돼 있다.



[{IMG01}]◆새로쓰는 삼국유사

강시일 지음

인공연못/340쪽/1만8천 원

삼국유사는 고려 후기 충렬왕 때 일연스님이 기록한 개인저술이다. 삼국의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일들을 기록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몽고침략의 극복과 붕괴된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한 의도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삼국유사는 국민의 분노와 저항의식의 심화로 빚어진 산물이다. 삼국유사 전편에 민족사의 자주성과 문화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관념이 드러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쓰는 삼국유사’ 저자인 대구일보 강시일 기자는 이번 책을 통해 삼국유사에 기록된 이야기 현장을 찾아 신화적으로 표현된 기록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사실적인 역사로 재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역사문화유적들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혀 영화와 드라마, 시와 소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해 산업화하고자 한다.

책은 삼국유사가 기록하고 있는 내용들을 먼저 간략하게 소개하고 유사가 이야기하는 유적 현장을 설명헌 것이 특징이다.

역사문화유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해 희망적이고 생산적인 문화산업을 일으켜 부유한 내일을 창조하고자 스토리텔링 작업을 시도했다.

그래서 ‘새로쓰는 삼국유사’ 부문은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는 소설적인 내용이 다분하게 전개된다.

저자는 지면적인 제한 등으로 충분한 이야기로 재구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향후 소설, 희곡 등의 시나리오로 발전시켜 소개할 욕심이라는 것을 밝혔다.

3편으로 제작될 첫 편인 이번 1편은 삼국유사의 편찬동기, 내용, 삼국사기와 비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어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 스님에 대한 행적 등에 설명했다. 일연 스님은 고려 희종 2년 1206년 경주의 속현이었던 장산군, 현재의 경산에서 태어났다. 13세기 말 고려시대 국사로 책봉돼 나라의 길을 제시하는 가장 큰 스님이었다. 몽고의 침입으로 나라가 어지러울 때 팔만대장경을 제작하는 일에 직접 참여했고 삼국유사, 중편조동오위 등 100여 편의 책을 저술했다.

또 신라 첫 왕을 옹립한 ‘육부촌장’,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 등 주요 왕 및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전개된다.



◆지갑 속의 한국사

박강리 지음

북하우스/196쪽/1만3천800원

만 원권 세종 이도, 천 원권 퇴계 이황, 오만 원권 신사임담, 오천 원권 율곡 이이.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는 지폐 속 초상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네 인물의 생애를 비롯해 지폐 속에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들어간 그림들에 담긴 이야기가 이토록 풍성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폐에는 역사 위인의 초상뿐만 아니라 한국의 과학, 정치, 철학, 예술사에 굵진한 획을 그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지폐만 자세히 살펴봐도 한국사의 큰 줄기를 짚는 역사 탐방이 가능하다. 지폐를 따라 세종대왕과 천문 과학을, 퇴계 이황과 철학을, 신사임당과 예술을, 울곡 이이와 정치를 살펴볼 수 있다.

지갑 속의 한국사는 지폐를 지도 삼아 네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찬찬히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만나왔던 저자는 마치 독자와 현장학습이라도 떠나온 듯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감한 문장들로 이어지는 그의 역사 이야기는 ‘위인’보다는 ‘사람’, ‘업적’보다는 ‘삶’에 집중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지폐 속 인물의 삶으로 들어가 숨소리처럼 가까운 역사를 만나게 되는 이유다.

지폐에 담긴 역사문화유적은 무려 16가지다. 일월오봉도,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성균관 명륜당, 정선의 계상정거도, 신사임당의 포도, 오죽헌 등 한국사를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할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적이 모두 지폐에 담겨 있다.

책은 지폐 인물의 생애를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지폐 속 그림들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친절한 구성을 취했다.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 흔적을 좇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특정 역사문화유적이 지폐에 들어간 이유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또 ‘만 원권 한눈에 보기’처럼 지폐 속 역사문화유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코너는 지폐 속 그림과 역사의 연결고리를 한 번 더 정리해준다.



◆선물의 문화사

김풍기 지음

느낌이있는책/296쪽/1만5천500원

선물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해왔다. 특히 물자가 부족했던 근대 이전 사회에서 선물은 빈한한 일상을 보완하는 하나의 경제방식이었다. 음식과 온갖 문구류, 의복과 가축 등 생활에서 소용되는 수많은 물건이 선물로 사용됐다. 또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뜻을 전하는 매개이기도 했다.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술잔과 도검, 선비가 벗에게 보내는 종이와 벼루,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기는 재산 분배록인 분재기,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며 새롭게 만날 사람에게 전할 요량으로 챙긴 청심환과 부채….

선물은 이렇게 시대와 상황, 문화에 따라 품목과 의미가 달라졌다. 그래서 선물에는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정서적 특별함과 동시에 사회적 상징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조선의 선물 문화를 ‘선물경제’라 명명하기도 한다.

선물의 문화사는 임금부터 사대부, 민초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하고 인간사를 풍요롭게 이끈 19가지 선물을 담았다. 상대에게 소용될 것 같아서, 지금 시절에 좋은 물건이 생겼기에, 격려나 위로 등 특별한 뜻을 담아, 아니면 ‘그냥’ 보내온 선물은 시대를 들여다보는 좋은 차이자 인간사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이다.

선물의 문화사에서는 19가지의 선물을 통해 하나의 물건을 누군가에게 보냈을 때 그 시대 문화와 상황,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일들을 고아하게 소개한다. 단순히 물건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을 넘어 시대와 인물을 가늠하고 그들이 나눈 뜨끈한 마음과 뜻을 그려보도록 이끄는 것이다.

책은 풍속화와 산수화, 고문서 자료, 실물 사진 등으로 ‘선물’을 다채롭게 꾸며졌다. 정선, 신윤복 등 잘 알려진 명사들의 작품은 물론 유숙, 전기 등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소개한다. 또한 한시에 조예 깊은 저자가 아름답게 번역한 산시와 간찰(편지) 등은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앵무배와 율곡벼루 등의 실물 도판도 담아 선조들이 나눈 선물의 면모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