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정치권은 집 갖고 국민 우롱하지 마라



우리 사회에서 정부가 발표하는 집값 정책만큼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집이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더 많은 사회, 정치적 함의가 있음을 말해 주는 하나의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언론에 발표된 부동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가 집이 우리 사회에서 사회, 경제적 계급을 나누는 주요 요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이들 중 20대와 30대에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89.7%, 84.8%나 나와, 젊은층에서 특히 집에 대해 사회, 정치적 의미 부여를 크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조사가 전체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진 않겠지만 왜 우리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그렇게 일희일비하는지 알 수 있는 단서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최근 부동산정책을 놓고 연일 격돌하고 있다. 발단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달 거론한 주택거래허가제였다. 그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자유한국당이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는 ‘사회주의적 부동산정책 바로 그 자체’라고 비판했고, 심재철 원내대표는 “엉터리 부동산정책으로 수도권 집값만 잔뜩 올려놓고, 말도 안 되는 발상이 터져 나왔다”고 성토했다.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해찬 대표는 “허가제 자체는 강한 국가통제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에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정부는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원천봉쇄하는 ‘전세대출 규제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4·15 총선 주택공약’을 발표하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맞불을 놓았다.

한국당의 주택공약 골자는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규제는 풀고 공급은 늘리는 부동산정책을 펴겠다며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19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정책을 내놨다. 목표는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고공 행진하는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조정대상지역 내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소득세 강화 △2주택 이상 보유자 종부세 중과 등으로, 집으로 돈 버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연일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이지만, 사실 그들도 집권(당시 새누리당) 시기 속시원한 부동산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2012년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국내 경제가 2013년, 2014년 연속 저성장을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 9월부터 LTV·DTI 완화, 재건축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분양권전매 제한 완화 등 공격적인 부동산정책을 추진했고, 이로 인해 부동산경기 부양에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그늘이 그만큼 커지고 있었다. 결국 급증한 가계부채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는 가계의 채무불이행과 금융 대출로 집을 산 집주인들의 깡통전세 대란 우려가 나돌았다. 그리고 그 근본 원인으로 박 정부의 부채주도 성장, 일명 초이노믹스가 지목됐다.

두 정당의 부동산정책을 대비시켜 본 것은 물론 어느 정당의 것이 더 낫거나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게 가격이고 시장인데, 지금 정치권에서 보이는 자기들만이 옳다는 식의 주장은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세상이 보통의 국민 되기도 쉽지 않게 어려워지고 있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내놓는 정책들이 양극단으로 대립하면서, 판단과 선택에 있어 국민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하고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권의 이런 다름은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진영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많은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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