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의 손 씻기는 건강의 기본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땅속 튤립이 지금쯤 뾰족하게 싹을 내밀고 있을까. 오랜만에 텃밭에 들렀다. 반가운 마음으로 내려 가 보니 하얀 알뿌리들이 싹을 단채 몽땅 다 뽑힌 채 뒹굴며 말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들짐승이 맛난 먹이로 알았을까.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보물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봄이 찾아오려나 싶었는데 심술궂은 날이 되어가는 것 같다.

며칠째 잠잠한가 싶더니 의외의 뉴스다. 해외 여행력이 없고 접촉력도 없는 80대 한국인, 동네에서 심장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료소견을 듣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영상 촬영에서 폐렴 소견을 보였다는 환자. 메르스를 경험했던 의료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했더니 양성이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해외 여행력이 없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았고, 심장질환을 검사하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었고, 판독 결과 폐렴이 확인됐다고 한다. 과거 메르스를 경험했던 의료진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했고.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확인되자 병원은 즉각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환자는 현재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격리됐다고 한다. 신규 환자가 발생한 건 2월 10일 이후 거의 일주일 만이다. 치료를 받는 환자 20명은 대체로 상태가 양호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오전 10시, 오후 5시 신종코로나 환자 현황의 공개 때마다 촉각이 곤두선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필자의 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 수칙을 환자 및 보호자께 방송으로 알리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받지 못해 놓치는 환자들도 늘어간다. 별도의 건물로 세워진 선별진료소가 있다고 해도 혹시 하는 마음에 겁이 나서 내원하지 못하여 자신이 가진 지병 치료에 소홀할까 봐 더 우려된다.

언젠가는 코로나19 감염도 물러가는 날이 오리라 믿어보지만, 중요한 것은 감염원을 특정할 수 없는 환자 상황이다.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할까 봐 걱정이다. 지금은 글로벌 사회이다 보니 해외 여행력이 없더라도 확진자와 직접 접촉이 없더라도 어딘가에는 노출되지 않은 감염원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시 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하리라. 중국 등 코로나 19 유행지역을 다녀온 뒤 14일 이내에는 스스로 알아서 자가 격리하고 그동안에 기침이나 발열이 있으면 선별 진료소를 방문하여 진찰받고 그 외 원인불명의 폐렴이 있을 때는 의사의 소견으로 코로나19감염이 의심되면 상시 검사하여 검역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늘 철저히 대처하면서 검역하고 건강에 힘써야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검색어 1순위를 놓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손 씻기다. 모든 것은 손과 입을 통해 전염되고 퍼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바이러스에 대한 호흡기 감염을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감염원을 전파하는 손 씻기를 올바르게 자주 철저히 하는 것이다.

환자안전을 위한 의료기관인증평가중에서 가장 중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손 씻기 수행이다. 일 년은 365일이지 않은가, 건강을 위한 손 씻기도 365다. 건강을 위한 3가지 약속인 자주 씻고. 올바르게 씻고, 깨끗하게 씻기는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다.

또 올바른 손 씻기 6단계는 1단계: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르고 2단계: 손가락을 마주 잡고 문지르고 3단계: 손톱과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르고 4단계: 엄지손가락을 다른 편 손바닥으로 돌려주면서 문지르고 5단계 :손바닥을 마주 대고 손깍지를 끼고 문지르고 6단계: 손가락을 반대편 손바닥에 놓고 문지르며 손톱 밑을 깨끗하게 씻는 습관이 필요하다.

손 씻기는 ‘글리터버그‘라는 손 세정교육기를 활용하면 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씻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형광 물질이 든 로션을 손 전체에 바르고 뷰 박스에 손을 비춰본 후 평소대로 손을 씻고 글리터버그에 대보면 손바닥의 주름과 엄지와 검지 사이, 손톱 밑, 손등의 손톱이 붙은 자리에는 형광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세균이라고 여기면 된다. 일단 눈으로 보고 나면 어떻게 씻어야 할지 확실하게 감이 잡힌다.

더 중요한 건 손으로 얼굴을 절대 자주 만지지 않는 것이다. 우린 평균 1시간에 3.6회나 얼굴을 만진다고 한다. 자주 얼굴을 만지면 눈, 코, 입으로 세균이 들어가 감염되기 쉽다. 그러니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말고 형광물질이 남김없이 씻겨나갈 때까지 손만 씻어도 감염병의 70%는 예방할 수 있다는 기적, 바로 손 씻기 30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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