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기생충’과 정치 방정식

홍석봉 논설위원

영화 ‘기생충’ 태풍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정치판도 기지개가 한창이다. 지리멸렬했던 보수가 ‘기생충 빅 히트’에 때맞춰 회생 조짐을 보인다.

기생충의 성공 방정식은 보수가 벤치마킹할 점이 여럿 있다. 성공과 재건 비결은 첫째 여건 성숙, 둘째 든든한 후원, 셋째가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이다. 물론 정치판이 보수 재건이라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까지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지층의 ‘보수 재건’ 염원이라는 든든한 배경에다 ‘진보 염증’이 뒤를 받치면 공수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의 성공에는 봉준호라는 걸출한 영화감독이 있었다. 뛰어난 작품과 배역들의 열연이 그 바탕에 있다. 제작사인 CJ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또한 백인 위주의 오스카 역사상 비주류였던 한국 영화가 때맞춰 등장,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기생충의 성공은 첫째 오스카상은 동양 영화는 인정하지 않는 미국인들만의 잔치였는데 그것을 넘어섰다. 감독상과 작품상 등 오스카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들만의 리그, 잔치에서 벗어나려는 오스카의 몸부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주류의 성공은 예고돼 있었다. K 팝과 한국 드라마 등 폭풍 성장한 K 컬처의 힘이다.

-기생충의 성공 방정식, 보수 재건의 힘

두 번째, 6개월 간의 오스카 레이스에서 각종상 200여 개를 수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홍보한 CJ의 물질적 후원이 있었다. CJ의 지원이 없었다면 미국 젊은 층을 파고드는 조직적인 홍보는 어려웠을 터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생충’의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이다. 세계인이 공감할 문제를 쉽게 표현한 작품성과 대중성이 영화팬과 전문가를 사로잡았다. 특히 빈부격차 등 불평등 문제는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정치 시즌인 요즘 보수는 재건 호기를 맞았다. 첫째 여건이 좋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실정은 결정적이다. 조국·추미애 법무부장관 기용의 잇단 헛발질,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 , 꼬인 남북 관계 개선, 방향타 잃은 외교, 코로나19 발생 등 지지층의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정권 심장부로 향하고 있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은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 조국 딸 불공정 입학 등 공정과 정의의 훼손, 젊은층의 이탈과 반란, 최근엔 지지도까지 급락하는 등 민심이 급격히 이반하는 양상이다.

-보수 대통합과 개혁 공천, 총선 보증수표

두 번째가 최근 보수의 결집이다. 든든한 후원자다. 떠났던 집토끼와 산토끼까지 집으로 들어오고 있다. 야권 대통합이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전진당이 합당, ‘미래통합당’이 17일 출범한다. 등 떠밀린 느낌이 없진 않지만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 중심을 잡았다. 홍준표·김태호가 경남 험지로, 김무성이 광주 출마를 모색하는 등 당 대표급 선수들도 일단 교통정리되는 모습이다. 인재영입도 태영호 등 나름 구색을 갖췄다. 유승민과 김성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수 회생을 위한 희생양을 자임하는 인사들도 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세 번째인 작품성과 대중성이다. 아직 총선 체제의 밑그림도 제대로 못 그렸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 머리를 짜내고 있지만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또 안철수의 중도 그룹과 조원진과 전광훈 목사의 태극기부대도 끌어안아야 한다. 그다음이 물갈이 여론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TK 텃밭 선수 정리다. 그래야 보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텃밭의 기초가 단단해진 후에야 충청과 수도권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결국 보수의 성공은 당 혁신과 개혁 공천뿐이다. 야당이 환골탈태해야 떠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보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탄핵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일도 중요하다. 탄핵의 덫을 넘지 못하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아직까지는 작품성도 대중성도 없다.

이 세 가지는 성공 방정식의 요소다. 성공 방정식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감동이 있어야 한다. 뻔한 해답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면 보수 야당은 아예 이 땅에 발붙일 자격도 없다. 박태준식으로 말하면 무조건 우향우해서 동해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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