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코로나19 확산에 패닉 빠진 대구

발행일 2020-02-19 14:51:1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코로나19(우한 폐렴)의 지역사회감염이 대구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인가. 첫 확진자가 확인된 뒤 불과 하룻밤 사이 확진자 10명이 추가로 확인되자 대구사회가 감염병 패닉에 빠졌다. 더욱이 이들 확진자 중 11명이 대구의 첫 확진자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감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현재 감염 경로에 따라 확진자를 1차, 2차, 3차 감염자로 분류하고 있는데 1차 감염은 발원지인 중국에서 감염된 사례이고, 2차 감염은 1차 감염자에 의해 사람 간 감염된 경우, 3차 감염은 2차 감염자로부터 감염된 경우로 나눈다. 그러나 2, 3차 감염의 경우 사람 간 전파라는 감염 경로는 같지만 엄밀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해외 여행력이 없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등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지역사회감염 가능성이 높아 감염병을 심각 단계로 간주하고 있다.

19일 확진자가 하루 새 전국적으로 15명이 발생해 국내 확진자 수가 46명으로 급증했다. 15명 중 대구, 경북에서만 13명이 확진자로 판명됐다. 국내에서는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그동안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에서는 확진자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개학을 앞둔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는 2월 말이나 3월 초가 지역에서 감염병 확산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 관계 기관에서는 경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과 함께 지역민들의 경제활동 위축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일상적인 경제 활동은 걱정할 것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대중교통 이용객이 격감할 만큼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다중 이용 장소나 시설에 가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통가와 식당가는 당장 매출 감소가 눈에 띌 정도로 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과 거래 기업들의 피해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산업계의 경우 중국과 거래가 많은 기업이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수출 길이 막히는 바람에 공장 가동 축소나 휴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는 감염 우려가 부담스러운 고민거리다. 중국이나 동남아 출신 근로자가 다수 일하고 있는 기업들은 마스크, 세정제 등 안전용품을 대량 구매해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자금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감염병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로,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상인이나 소상공인, 중소사업체 등 버틸 여력이 충분치 않은 자영업자나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는 2019년 12월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 발견된 이래 3개월이 채 안 되는 사이 중국 내 사망자가 2천 명, 누적 확진자가 7만 명을 넘어섰다. 또 확진자와 의심환자 신고가 있는 국가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대구,경북 확진자 13명 발생

19일 대구시와 경북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구 10명, 경북 3명 등 13명의 추가 확진자가 확인됐으며, 이들은 현재 대구의료원 등의 음압병상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신규 확진자 13명 가운데 11명은 31번 환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명은 같은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녔고 1명은 병원에서 접촉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파악했다.

18일 확인된 31번째 확진자(61·여)는 2월17일 오후 3시30분께 발열, 폐렴 증세를 보여 대구 수성구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양성으로 확인돼 대구의료원으로 이송됐다.

대구 동구의 씨클럽이 직장인 31번째 확진자는 2월6일 수성구 범어동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했고, 2월 9일과 16일에는 남구 대명동 신천지대구교회의 예배에 2시간씩 참석했다. 또 15일에는 지인과 함께 동구 퀸벨호텔에서 점심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 과정에서는 대중교통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 일상생활 위축과 기업 피해

코로나19가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대구 시내 중심가엔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탓에 식당이고 커피숍 할 것 없이 손님이 줄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전통시장 역시 손님이 줄어 매출이 격감한 상인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지역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의 경우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바람에 시장연합회 측은 평소보다 방문객이 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봄철 각종 축제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인쇄물 제작이나 이벤트업체 등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졸업과 입학 행사가 취소된 탓에 화훼업계 역시 고통을 받고 있다.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지역 기업들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구의 대중국 교역량은 2019년 수출 15억3천800만 달러, 수입 19억7천400만 달러였다. 업체 수로는 2019년 1천583개 기업이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특히 지역기업 50곳은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의 조업 중단 등이 있으면 지역 기업들은 수출과 수입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중국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기업들은 감염병 발생으로 주재원을 철수시킨 이후 공장 재가동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화장품 생산업체들은 중국 바이어와의 연락 두절로 애를 태우고 있으며, 또 매년 열리며 수출 창구 역할을 하는 중국 현지 전시회 참가를 포기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최대 공단지역인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기업들에도 감염병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 LG, 도레이첨단소재 등 대기업들은 임직원의 중국 출장을 중단하고 있으며, 중국을 다녀온 직원들에 대해서는 14일 격리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원사, 염료 등 원료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해 생산하고 있는데 현재 재고 물량이 한 달 치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 중국 유학생 입국, 확산 고비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할 2월 말이나 3월 초를 지역에서는 감염병 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중 겨울방학 중 중국에 들어갔다가 이번에 다시 입국할 학생 수는 대략 3천 명이 넘는다. 이중 계명대나 경북대 등 대구권 대학들의 경우 학교 내 기숙사에 이들을 전원 수용하는 게 가능해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북권 일부 대학들은 학교 기숙사 수용 정원이 적어 격리기간 14일 동안 이들을 전원 수용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해당 지자체에서 연수원 등의 시설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는 16일 경북권 격리 대상 중국 유학생 1천300여 명을 모두 대학 내 기숙사 등 교내 시설에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1천300여 명은 경북권 24개 대학에 재학중인 전체 중국인 유학생 2천87명의 62.3%에 해당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방학 기간 국내에 체류(653명)하거나 휴·입학 등으로 국내 입국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133명)이라고 했다. 한편, 지역 대학들은 1~3월에 예정됐던 졸업식과 입학식은 모두 취소하고, 개강도 학교별 상황에 따라 연기했다.

◆ 코로나19 정체는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로, 현재까지 확인된 인체 전염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7종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1930년대 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개 돼지 조류 등에서 발견되었고, 사람에게서는 1960년대에 발견되었다.

발생 초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우한 폐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2020년 2월11일 WHO에서 공식 명칭을 ‘COVID-19’(Coronavirus disease 2019)로 확정했다. COVID-19에서 ‘CO’는 코로나 ‘VI’는 바이러스, ‘D’는 질환, ‘19’는 발병이 처음 보고된 2019년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이를 줄여서 ‘코로나19’로 부르고 있다.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는 SARS-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국제바이러스분류체계위원회에서 ‘SARS-Cov2’로 명명했다.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 코 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감염된다. 2~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 및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폐렴이 주 증상으로 나타난다. 무증상 감염 사례도 드물지만 나오고 있다.

WHO에 따르면 SARS-Cov2의 전파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낮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높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으며, 환자로 확진되면 기침, 인후통, 폐렴 등 증상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나 2차 감염 예방을 위한 항생제 투여 등의 대증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2015년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MERS-CoV) 사태 때는 5월20일 첫 확진자 판정 이후 7월28일 정부의 종식 선언 때까지 2개월여 동안 사망자 36명, 확진자 186명, 격리자 6천700여 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대구에서 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 발생한 데 이어 하룻밤 새 10여 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역사회가 감염병 패닉 상황을 맞고 있다. 사진은 첫 확진자가 진료를 받은 대구시 수성구보건소의 폐쇄된 출입구.연합뉴스
서브사진1-18일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입원한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의 음압 병동. 연합뉴스
서브사진2-31번째 확진자가 나온 18일 오전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청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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