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가 금융소비자에게 주는 교훈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출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가져왔던 키코(KIKO)사태 이후 비교적 잠잠하던 국내 금융시장이 최근 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사태와 라임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면서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라임사태는 키코사태와 금리연계 DLF사태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금융사고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자산운용사의 도덕적 해이가 컸다. 자산운용사 임원들은 펀드 손실에도 불구하고 고액 임금을 받았고, 일부 임원은 사채투자로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고 한다. 또 손실이 난 펀드의 청산에 쓰일 자금 조달을 위해 멀쩡히 잘 운영되던 다른 펀드에 손실을 떠넘기기도 했다. 이른바 돌려막기 내지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다단계 금융사기를 칭하는 폰지사기(Ponzi Game)까지 동원되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기관투자자들의 이기심도 한몫했다. 라임자산운용에 돈을 빌려준 은행과 증권회사는 대출 이자와 판매 수수료뿐 아니라 우선 변제권을 행사하면 개인투자자에 앞서 대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개인투자자는 투자 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도의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라임사태는 자산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도덕적 해이와 이에 투자한 은행과 증권사의 이기심, 다단계 금융사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아주 복잡한 금융사고다. 하지만 역시 안타깝게도 가장 큰 피해자는 개인투자자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사례들이 주는 교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겠다.

우선, 투자는 자기책임원칙이 불문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건 투자 손실의 전부를 보전받을 수 없으며, 결국 투자 원금 손실은 개인투자자들의 몫인 것이다.

키코는 환율변동 리스크 회피를 목적으로 많은 국내 수출중소기업들이 가입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3조원 이상의 환차손을 야기한 바 있다. 비록 지난 연말에 금융 당국이 관련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권고하긴 했지만, 전체 피해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금리연계 DLF도 마찬가지다. 이 상품은 약정 대상 금리가 만기 때까지 설정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 원금과 약정 수익이 보장되지만, 그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을 모두 손실할 수 있는 상품으로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이 8,000억 원 이상 팔아치운 바 있다. 이 또한 지난해 중반 이후 독일, 미국, 영국 등 약정 대상국의 금리가 불안정해지자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금융 당국의 판매사 제재와 손해액의 최고 80% 배상이라는 분쟁조정안이 발표되기까지 했다.

간접투자에는 항상 정보의 비대칭성이 따른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펀드처럼 전문가에게 자금을 맡겨 운영한 후 발생한 수익을 받는 간접투자방식을 취할 때 개인투자자는 전문가보다 훨씬 적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채 제한적으로 주어진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는 리스크 발생 시 회피 수단이 없고, 종국에는 큰 손실을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라임사태처럼 전문가의 도덕적 해이까지 더해지면 최악이다.

특히나 위험이 없는 투자상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소액투자가 용이한 펀드는 17세기 유럽에서 대륙 간 해상교역이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투자한 상인과 배가 무사히 돌아오면 큰 배당금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투자금 전액을 잃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었다.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펀드든 타 투자상품이든 태생부터 본질은 위험투자상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소한 개인투자자들이라면 눈 앞에 펼쳐진 장밋빛 전망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로지 아는 자만이 딱 그만큼만 피해갈 수 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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