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사는 만능 해결사인가



이현숙

재미수필가

세 살인 옆집 에마의 절친은 알렉사(Alexa)다. 그녀의 부모는 직장을 다니고 어린이집에 다니기에는 이른 나이라 외할머니가 돌본다. 한창 재롱을 부릴 때이기도 하지만 귀여워서 자주 옆집에 놀러 간다. 그녀는 나이의 특성상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소꿉놀이를 하다가도 갑자기 자전거를 타거나 색칠 놀이를 하자고 한다. 그 중간중간에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손바닥만 한 기계 앞에 멈춘다. “알렉사! 뚜뜨따따 뚜뜨 베이비 샤크(아기상어).” 여물지 않은 그녀만의 단어로 명령을 내린다. 그녀의 친구답게 찰떡같이 알아듣고 아기상어 노래를 들려준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추고 노래하는 그 아이의 리듬에 맞추며 손뼉을 치며 나도 따라 부른다. ‘알렉사, 렛잇고’도 그녀의 단골 명령이다. 에마의 할머니인 로울데스는 부엌에서 일하면서도 말 한마디로 TV를 켤 수 있고, 음악도 골라서 듣기에 알렉사의 열렬한 팬이다.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인 에마뿐 아니라 내 또래의 아날로그 세대까지 아우르며 점점 최첨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집의 최애 아이템이다.

알렉사는 아마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아마존 에코를 이용해 알렉사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음악재생, 알람 설정, 날씨와 교통정보 등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려 맹활약을 한다. 2만 5,000가지 일을 처리하기에 불가능이 없는 만능 개인 비서다. 입안의 혀처럼 주인이 내리는 명령을 척척 해결한다. 보안 기능이 있어서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유리창을 깨거나 화재 알람이 울리면 스마트폰으로 알려 준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에코 닷 키즈 에디션’에는 동화를 읽어주는 오디오북과 부모가 쓰는 에코와 자녀의 에코 연결 기능 등이 포함됐다. 부모가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부적절한 어휘가 포함된 콘텐츠를 제외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가 나오듯 단출해진 시대이기에 외로운 사람들에게 대화의 상대가 되어 준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이 응급 시에 긴급 호출 기능으로 위급 상황을 넘긴 경우도 많다.

장점이 많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도 적지 않다. 에마처럼 알파 세대에게 말로 다 되는 세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기계에 의존하는 삶을 살까 봐 걱정이다. 유튜브에서 여섯 살 아이가 산수 숙제하는 모습이 나왔다. “알렉사! 5 빼기 3은 뭐야?” “2”라는 답을 듣고 그는 얼른 받아 적었다. 귀엽다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기계가 알려준 답을 전적으로 믿고, 기계와 대화하다 보면 기계 안에 갇히게 된다. 올해로 16살 된 손자는 스마트폰과 게임기에 빠져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이루지 못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있다. 스포츠나 뉴스에는 관심이 없고 손에 전자기기가 쥐어져 있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상대의 감정을 읽어내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올바로 전달하지 못하기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학교생활이 원만하지 않아 가족의 걱정이다.

에마가 알렉사 앞에 서며 몸을 움직이거나 생각하는 것을 잃어버린 게으른 아이도 자란다면, 명령하듯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누구나 자신의 일방적인 말에 따라야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건방지게 자라면 어떡하나. 내 손녀딸도 아닌데 걱정된다. 얼마 전 젊은 부부가 TV 뉴스에 동영상을 제보했다. 스마트폰으로 방에 설치해 놓은 보안용 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확인하던 엄마는 아이들이 알렉사를 통해 낯선 남자와 대화 하는 걸 보고 깜짝 놀았다. 아이는 놀면서 이런저런 질문에 순진하게 답을 했다. 아이를 통해 전달됐을 정보보다도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자식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에 소름이 끼쳤단다. 당장 알렉사 기계를 떼어냈다. 어디 아이뿐이랴. ‘낮말은 알렉사가 듣고, 밤 말도 알렉사가 듣는다’라고 해야 할 판이다. 자신도 모르게 정보가 누군가에게 노출된다고 생각하면 등이 오싹한다. 전문가는 AI 스피커가 스마트 기기를 제어하는 역할이 보편화 됐을 때는, 주위 스마트 기기를 악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생활이 침해되고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다. 인간만이 소유한 능력은 생각하는 것과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매 순간 상황을 받아들이고 느끼며,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생각하고 움직이자. 사랑하고 반성하고 용서하는 과정도 기계는 할 수 없다. 기계치인 나는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세상이 오면 어쩌나 하고 겁이 난다. 이미 많은 기계로 둘러싸여 살기에 서너 집 건너마다 있다는 알렉사를 우리 집에 들이지 않을 것이다. 필요에 의해 스마트폰은 사용하지만, 친지들의 전화번호는 단축번호를 누르지 않게 외워야겠다. 그동안 접어두었던 암기력과 기억력을 깨우려 한다. 생각의 관점을 넓히고 뇌를 운동시키자. 편리함에 묻혀 점점 나약해지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위해, 본질적인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나의 작은 의지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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