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다…대구시민 코로나 확산으로 외출 포기

발행일 2020-02-23 16:30: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대구 대부분의 공공시설 동선 포함돼

위기감 느낀 시민들, 외출 자제하고 집에만 있는 ‘집콕족’ 늘어

지난 22일 오후 7시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의 모습. 주말인 토요일 저녁이었지만 시민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겨 텅 빈 거리의 모습을 보였다.


“확진자들의 동선 파악이 이젠 무의미한 상태입니다. 300명이 넘는데 어떻게 동선을 다 기억하나요. 대구시 전역이라고 봐야지요.”

대구시민들이 갈 곳이 없다.

대구에만 코로나19 확진자가 300여 명을 넘어섬에 따라, 대부분 공공시설과 편의시설이 확진자 동선에 포함돼 줄줄이 폐쇄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시민들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평소 활동 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각 가정에서만 생활하며 외출을 자제하는 등 이른바 ‘집콕족’이 늘고 있다.

폭증하는 확진자에 공포감을 느낀 일부 시민은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등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 전반적인 질서가 흐트러지면서 엉망진창으로 돌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대구에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해남(37·여·수성구)씨는 “최근 온가족이 꼭 필요한 일 외에는 외출을 포기하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등 본의아니게 ‘셀프 자가격리’ 상태”라고 밝혔다.

김씨는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환자의 동선에 신경쓰며 그곳만 피하면 되겠지 싶었지만, 이제는 대구시 전역이 환자들의 동선에 포함돼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집 외에는 안심할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불안해 했다.

23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에 비해 117명 늘어나 오후 5시 현재 326명이 됐다.

대구시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을 따라 관련 병원과 시설, 업소들을 무더기 폐쇄조치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343개 유치원 전체를 전면 휴업하기로 했으며, 초·중·고교 개학을 열흘간 연기하기로 했다.

시내 공공기관과 시설도 속속 문을 닫았다.

대구시설공단은 3월3일까지 두류수영장,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서재문화체육센터, 대구실내빙상장의 임시휴관을 결정했다.

대구 대표 놀이공원 이월드도 오는 28일까지 휴장한다.

일주일 이상의 장기 휴장은 1995년 개장 이후 처음이다.

공공도서관들도 대부분 휴관을 결정했고, 문화센터도 강의를 중단했다.

대형 백화점과 시장도 마찬가지다.

확진자가 동아백화점 쇼핑점과 현대백화점 대구점을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백화점은 폐쇄됐다.

서문시장도 상인 중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 후 방역 조치됐으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도 근무 중인 직원이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 시장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생필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모(35·여·동구)씨는 “밖에 나가기만 해도 감염될 것 같은 공포감이 들어 집에만 있다”며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 미리 2~3주일 치 장을 봐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친 두려움이 오히려 사회전반을 더욱 패닉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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