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국현논설실장
▲ 지국현논설실장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하룻밤 자고 나면 전국에서 수십 수백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 대부분 대구·경북 사람들이다. 지역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뉴스만 보면 가슴이 철렁거려 진정이 안된다고 한다.

대구는 불과 며칠 전까지 코로나19 청정지역이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31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한순간에 국내 코로나19 진원지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청도, 경산, 영천, 의성, 안동, 경주, 문경 등 여러 시·군에서 확진자가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다. 청도 대남병원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함께 슈퍼 확산처가 됐다.

---지역 공동체 마비…외지인 대구 기피

지역사회의 공동체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이 1주일 연기됐다. 이에 앞서 대학들도 개강을 2주일 뒤로 미뤘다. 어린이집에도 문을 열지 말라는 대구시장의 휴원 권고가 전달됐다.

도심 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적막감마저 든다. 도시철도, 버스 등은 이용객이 격감했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찾는 식당도 손님 발길이 뜸하다. 확진자가 발생한 금융기관과 상수도 사업소 등 공공기관은 즉각 폐쇄됐다. 확진자가 방문한 동네 슈퍼 등도 문을 닫았다. 공공 도서관들은 임시 휴관에 돌입했다.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이나 친목 모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역 경기는 불과 며칠사이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외지사람들에게 대구가 기피지역이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위험한 지역이니까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이다.

경북지역 한 사우나에서는 회원들이 ‘최근 대구를 방문한 사람은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써붙이자고 주장해 관리인이 진정시키느라 곤욕을 치렀다. 또 비영남권 일부 지역에서는 대구에서 오는 사람은 못오게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돈다고 한다.

대구의 한 회사원은 이달 말 어머니 제사를 혼자서 조용히 모시기로 했다. 타지에 사는 형제들이 대구를 방문할 경우 만의 하나 바이러스를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대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지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의 우한처럼 봉쇄해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를 위험시하고 꺼리는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런 소리를 듣게 된 처지가 정말 안타깝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우문우답'이 생각난다. 몇년 전 인기 있었던 송년모임 건배구호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에게 답이 있다’는 말의 첫 음절을 모은 것이다. 이번 사태 전까지 우리는 신학기 지역 대학으로 돌아올 중국 유학생 문제만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이 중국의 바이러스를 묻힌 채 대거 돌아오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점검해야 할 우리 안의 허점은 간과하고 있었다. 일부 종교 기관과 취약계층이 입원해 있는 정신병동 등이 방역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 이번 사태 확산의 중심에 있는 31번째 확진자는 의료진의 검사 권유를 2차례나 외면했다. 그가 지역 최초의 감염자인지 아닌지는 지금 단계에서 알 수 없다. 하지만 검사를 했더라면 감염확산 속도를 늦추고 신천지 교회와의 연관성을 좀 더 일찍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검사로 이어가지 못한 의료진의 소극적 권유가 두고두고 아쉽다.

---중국 유학생 대거 복귀 또 한번의 고비

여야는 24일 ‘코로나19 대책 특위’를 설치한다. 또 의료진의 검사 및 치료 권유를 거부하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코로나 3법 개정안’(감염병예방법·검역병·의료법)을 이달 내 처리할 예정이다. ‘사후약방문’이 따로 없다. 법안이 조금만 일찍 입법화 됐어도 사태가 이만큼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한번의 큰 고비가 남아 있다. 곧 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지역대학으로 돌아온다. 기숙사 등에 2주간 자가격리를 한다고 하지만 통제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방역당국은 대학에 일임하지 말고 유학생 통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같은 일을 두번 당할 수는 없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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