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슈퍼전파자는 정부다

발행일 2020-02-25 15:18:0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슈퍼전파자는 정부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코로나19가 봇물 터지듯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세계가 벌집 쑤셔놓은 듯 난리법석인데 충분히 관리가능하고 방역 대응이 안정국면에 들어섰다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발언이 화를 키워갔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가 오히려 문제라는 식으로 최근의 공황 상태를 가짜뉴스 탓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무증상감염’을 거론하고 ‘에어로졸 감염’을 보고하는 등 전문가단체가 높은 감염성을 경고하는데도 정부·여당은 근거 없는 안일한 낙관과 무능한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 국내의료계에서도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질병’이라며 ‘세계 어떤 전문가도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확실하게 알지 못 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내어놓았으나 정부·여당은 ‘우리 방역당국의 성공적 대응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하였다. 쇠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다. 그러는 동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뻑 하면 들먹이던 골든타임을 어이없이 허비했다. 국내의료계는 초기부터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무슨 연유에선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우를 범했다. 초기 대응의 실패가 정치적 목적에서 중국 눈치를 본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략적 이유로 국민의 생명을 내놓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역사적 단죄가 두렵지 아니한가.

코로나19가 우후죽순처럼 창궐하자 한국인에 대해 입국금지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등 '한국인 공포증'이 일고 있다. 세계인이 한국인에게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입국보류 조치를 취한 나라도 나타나고 일정기간 격리하거나 건강상태를 관찰하는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나라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향후 입국금지 또는 입국제한 대상으로 지정하는 국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애써 쌓아올린 국가신인도가 한순간에 추락할 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운항을 중단하는 항공사가 늘고 있고 중국마저 한국인 입국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너무 어이없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러시아도 중국인 입국금지조치를 취한 마당에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경유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지금까지도 취하지 않고 있는 우리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다. 아직도 만절필동이고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인가. 마스크를 사려고 선 긴 줄을 보면서 그래도 중국에 마스크를 무상으로 보내줄 마음이 동하는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세월호 사건에 비해 당혹감이 들 정도로 허술하다. 세월호 일곱 시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던 사람들은 우리국민을 지켜주지 않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곱 시간을 분단위로 밝히라던 서슬 퍼렀던 기세는 다 어디로 갔는가. 골든타임 여섯 시간을 놓쳤다는 죄목으로 수많은 공직자들을 법정에 세웠던 일,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때 골든타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며 구조대원을 독려하던 일 등이 최근 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이번 사태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태를 악화시킨 팩트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내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일벌백계로 응징하여야 마땅하다. 국민의 불안과 공포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심하고 정신적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천문학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대충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

이젠 국가를 믿고 안심할 수 없다. 국민이 적극 나서서 살 방법을 찾을 때다. 그렇다고 홀로 개별적으로 해결할 사항은 아니다. 감염된 사람을 색출·격리하여 자신에게 옮지 않도록 조치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도 남을 먼저 배려함으로써 감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바람직하다. 자기가 잠재보균자라는 가정 하에 남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철저히 단속하는 자세가 요체다. 내 탓이란 깨어있는 시민의식 말이다. 슈퍼전파자의 신상을 털고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일이 필요하진 않다. 슈퍼전파자도 어찌 보면 피해자다. 신천지교회가 이단인지 아닌지, 그게 주안점이 아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는 법이다. 현재 공인된 종교들도 초창기엔 이단으로 박해받았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전염병 창궐은 접어두고 종교문제에 초점을 맞추려는 조짐은 극히 불손하다. 신천지를 희생양 삼아 책임전가를 노린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 굳이 그 멍에를 써야할 자를 찾아야 한다면 정부가 다름 아닌 슈퍼전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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