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에게 한 번쯤 읽히고 싶은 책들을 골라 봤다.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는 과학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쓴 이야기책, 곤충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다룬 책 등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책들을 소개한다.



▲ 찰스 다윈길 36 곤충 아파트
▲ 찰스 다윈길 36 곤충 아파트
◆찰스 다윈길 36 곤충 아파트

귀도 스가르돌리 지음/이현경 옮김/160쪽/9천800원.

설명충, 개그충, 진지충… 조롱 섞인 접미사 ‘충’이 유행인 시대에, 세상 발랄한 곤충 동화가 날아왔다.

주인공 브라트는 생명력 질긴 해충의 대명사인 바퀴벌레! 아버지 뒤를 이어 30만 마리 입주민이 살고 있는 건물의 관리소장을 맡고 있다. 사명감이 투철하고, 고상한 말씨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위대했던 아버지의 명성에 짓눌려 자존감이 약한 편이다.

이야기 무대는 도시 변두리 ‘찰스 다윈길’에 있는 폐건물. 곤충은 물론이고 거미류, 지네류, 지렁이류, 설치류 등 저마다 독특한 취향과 철학을 지닌 무척추동물 및 척추동물 30만 마리가 어울려 사는 지상의 천국이다. 이름하여 ‘곤충 아파트’.

어느 날 집 잃은 개 ‘샘’이 쳐들어 오면서 아파트는 끔찍한 위기를 맞는다. 샘은 약육강식의 자연 법칙을 들먹이며 강자인 개가 약자인 ‘벌레들’ 위에 군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30만 마리 곤충 아파트 주민들은 기상천외하고도 터무니없는 작전으로 이에 맞선다.

분명 곤충의 이야기이지만 다시 보면 사람의 이야기 같기도 한 이 독창적인 곤충 우화는 읽는 이의 나이가 적든 많든 쉴 새 없이 배꼽을 간질인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개와 벌레들의 팽팽한 대결 속에 진정한 공생의 의미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불신하고 질투하면서도 가공할 적에 맞설 때는 똘똘 뭉치는 곤충들의 당찬 도전이 위기에 빠졌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공동체의 힘과 가치를 곱씹게 한다.

사실 힘의 세계에서는 점잖은 어른들이 강조하는 정의나 인권은 말처럼 쉽게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곤충들은 개와 맞설 때 옥신각신 좌충우돌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며 서로를 다독인다.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 곤충 아파트는 비참한 시련 속에서만 불쑥 솟아오르는 인간 본성을 무척 잘 보여준다. 치졸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끝내 용기와 지혜로 빛나기도 하는 사람살이의 천태만상이 곤충 아파트의 작은 세계에 고스란히 수놓아져 있다.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벌레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함께 사는 삶의 고통과 즐거움은 물론, 늘 우리 것이라 믿기에 소중함을 깨닫기 어려운 자유와 권리의 귀중함을 절절히 느끼게 될 것이다.



▲ 우리가 뭐 어때서?!
▲ 우리가 뭐 어때서?!
◆우리가 뭐 어때서?!

페드로 마냐스 로메로 지음/김지애 옮김/128쪽/9천500원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왕따가 돼 버린다면?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갑자기 나를 모른 체하고, 게임에도 끼워 주지 않고, 등하교도 혼자 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가 뭐 어때서?!’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이상한 점이 있고, 우리 모두 특별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 동화이다.

‘자콥’의 제안으로 옛날 체육관에 모인 ‘운동장 모퉁이 아이들’은 그동안 느꼈던 울분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함께 비밀 클럽 ‘고집불통’을 결성한다. 그리고 클럽 내에서 불릴 새로운 이름을 스스로 짓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당했던 별명을 활용하는 재치를 보인다. 애꾸눈이었던 ‘프란츠’’는 코브라 눈, 뚱보였던 ‘홀저’는 천하장사, 기린이었던 ‘에밀리’는 전봇대, 책벌레였던 ‘자콥’은 두더지….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상한 부분을 더 이상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손가락질 받았던 자신의 ‘이상함’을 ‘특별함’으로 뒤집는 용기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본격적으로 비밀 클럽 활동을 시작한 아이들은 뽐낼 수 없었던 자신만의 장점들을 클럽 내에서 마음껏 보여 준다. 조용하고 책만 읽는다고 생각했던 자콥은 현명하고 강단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 뚱뚱하다고 놀림 받던 홀저는 큰 체구와 강한 힘으로 연약한 저학년 회원을 돕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프란츠는 이 그룹 저 그룹을 넘나들며 고집불통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외톨이였던 아이들이 클럽 내에서 서로의 장점을 따스한 시선으로 발견해 주는 모습이 인상 깊다. 아이들은 저마다 가진 자신의 장점을 고집불통에서 활동하며 반짝반짝 빛낸다.

책 속에서 프란츠는 왕따 방관자의 입장이었다가 피해자가 되고, 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따돌림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고집불통 아이들은 전교생 앞에서 린다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동시에 그 방법이 옳지 못함을 스스로 깨달으며 한 단계 성장해 간다



▲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
▲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

신나미 지음/144쪽/ 1만3천 원

이 책은 우주, 지구, 생물, 우리 몸 등을 주제로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거나 꼭 알아야 할 과학 이야기를 담았다. 50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밤하늘의 별들이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우주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생물은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우리 인류는 언제 등장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또 사람의 운명은 유전자가 결정하는지, 4차 산업 혁명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등에 관한 생각을 하다 보면 과학이 나와 멀리 있지 않고, 내 삶의 뿌리를 찾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학은 ‘자연을 탐구하는 일’이기도 하고, ‘탐구한 지식’을 뜻하기도 하다. 관찰과 실험으로 발견한 지식을 알아 가고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재미있는 놀이이다.

지금 내가 어디서 왔을까, 내가 살고 있는 땅과 하늘은 언제 만들어졌을까를 알아 가는 놀이인 과학은 나 자신을 비롯해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신비로움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이 책은 자연의 신비를 알아 가며 과학의 즐거움을 참으로 느낄 때 우리가 그만큼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과 관계를 맺다 보면 사람도 자연이고, 자연이 곧 과학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우주 과학자들은 우주의 별들을 월드컵 축구 경기장만 한 공간에 있는 좁쌀 하나 크기로 비유한다. 교실을 우주라고 가정하면 별은 교실의 보일락 말락 한 먼지인 셈이다. 행성을 거느린 별의 세계가 티끌이라 할 만큼 우주는 넓다.

북쪽을 가리키는 상징인 북극성.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별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북극성 빛은 지금 빛나는 게 아니다. 북극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대략 400광년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북극성의 빛은 400여 년 전에 출발한 빛이다.

이 책에서는 인류의 고향이 별이라는 말은 단순한 문학적 비유가 아니라 과학이 밝혀낸 진실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별에서 왔으니까.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모두 별들의 후예이다. 우리 개개인은 모두 수십억 년 전에 죽은 별들의 먼지로 이루어졌고, 언젠가는 다시 원자로 흩어져 저 우주를 떠돌아다닐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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