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앙과 고립된 섬 ‘대구’

발행일 2020-03-01 16:37:4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홍석봉

논설위원

지금 대구는 절망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괴물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절감하고 있다. 시민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당 대변인은 ‘대구 봉쇄’라는 말로 TK(대구·경북)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뒷북만 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과 원망만 가득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구는 이미 봉쇄됐다. 고립된 섬이다. 대구공항의 국제선이 끊기고 고속 및 시외버스 운행도 대부분 중단됐다. 택시도 멈춰 섰다. 식당과 점포도 안내문을 내걸고 셔터를 내렸다. 도심엔 인적이 끊겼다. 오후 7시만 넘으면 대구 중심가는 적막강산이다.

이웃이 자가격리되고 앰뷸런스 소리에 경기를 일으킨다. 날이 밝는 것이 두렵다. 밤새 또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늘었는지 뉴스 보기가 겁난다. 중국에 마스크와 방진복을 퍼주는 사이 국민들은 마스크 몇 장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 서 기다린다. 전쟁 때나 볼 법한 마스크 배급제를 한다. 내 코가 석자인 데 중국과 약속 때문이다. 시민들은 마스크 천 쪼가리 하나에 생명을 맡겼다. 충격과 공포에 빠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구가 감염병의 진원지로 지목됐다. 비하와 조롱을 쏟아낸다. 직장인은 대구를 다녀갔다는 이유로 격리된다. 대구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다. 대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원 없이 겪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나라 원 없이 체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병원 치료도 못 받고 숨졌다. 병실이 없어 입원도 못한 채 자가격리 중이었다. 의사와 의료시설, 장비가 부족해 난리다. 불과 한 달 전 중국에서 벌어진 일과 판박이다. 이게 의료 선진국의 민낯인가.

누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나. 누가 대구 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나. 원망할 겨를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우유부단이 초래한 불행이다. 중국 눈치 보며 주저주저하는 사이 코로나 쓰나미가 닥쳤다. 운명공동체라는 중국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며 정부의 무능을 비웃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이 대구 여행 금지와 입국을 제한했다. 1일 현재 한국에 문을 걸어 잠근 나라가 89개다. 외교관계 악화는 뒷전이다. 국민 안전이 먼저다. 중국은 ‘외교보다는 방역이 우선’이라며 염장을 지른다.

전 세계가 한국인 입국을 막을 태세다. 대구는 고립됐고, 대한민국은 고립되고 있다. 앞뒤 재지 않고 국경을 폐쇄하고 입국을 차단하는 몽골과 대만, 이스라엘 사례를 우리는 소 닭 보듯 하고만 있을 건가.

-국민 안전 위협 땐 안면 몰수도 필요

우리는 앞서 중국과 일본,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우리의 대응 방법은 무엇인가 해답은 나와 있다. 과도한 혐오도 문제지만 지나친 온정주의는 자칫 국가를 위험에 빠트린다. 이번에 확인했다. 서푼짜리 자존심에 연연하다가 국민만 죽는다. 밑천 다 드러난 변명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국익을 위해서는 안면몰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나라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게 나라다.

‘문과수비(文過遂非)’라는 말이 있다. 사마광의 자치통감에 나온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묘하게 꾸며 합리화하고 잘못된 행동을 계속한다는 뜻이다.

사마광은 “허물은 사람이 반드시 면치 못하는 것이다. 요(堯) 임금은 허물을 스스로 알지 못할까 근심하였기 때문에 비방목(誹謗木, 왕이 백성들에게 잘못을 지적받기 위해 궁궐 다릿목에 세운 나무)을 설치하고 감간고(敢諫鼓, 잘못된 정치가 있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두드리도록 궁궐 문 앞에 설치한 북)를 설치했다. 그러니 군주의 허물을 백성들이 들을까 두려워할 것이 있겠는가?”라고 했다.

세계가 부러워하던 나라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나. 하루아침에 ‘거지’ 취급을 당하고 있는 현실 앞에 국민은 좌절한다. 요 임금은 언감생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눈치 보기 외교와 뒷북 방역 대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전시 상황에 준하는 코로나19 대책을 짜길 바란다. 밤 기운 찬 데 앞뜰엔 매화 향기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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