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시설 극장가 대안으로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급부상

발행일 2020-03-01 17:12:1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집에서 나홀로 시청족 늘어, 극장가 대안 마련 부산

CGV 는 대구지역 9개 전 영화관을 잠정 휴관조치 했다. CGV대구현대
좌석판매율 6.1%, 영화에 배정된 좌석 100석 중 6석을 겨우 채웠다는 뜻이다.

지난 29일 토요일, 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영화 ‘인비저블맨’이 대구에서 거둔 성적표다. 그것도 개봉 나흘째, 관람객이 가장 많아야 할 첫 주말 성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극장가가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지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달 18일 이전 전까지만 해도 일부 흥행작은 주말 오후 황금시간대에 현장 발매로는 이른바 명당자리 표구하기가 힘들었지만, 코로나19 대구 확진자가 2천 명을 넘어선 지난 주말에는 거의 모든 시내 극장들이 사람 구경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극장들은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관객의 영화관람 패턴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안방에서 VOD(주문형비디오)나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등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는 극장을 찾기보다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게 또 다른 여가생활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관의 가장 큰 경쟁자로 부상한 ‘넷플릭스’로 영화 마니아들이 쏠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들은 ‘넷플릭스’로 개봉작을 집이나 카페에서 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넷플릭’스로 각종 영상물을 시청한다는 중장년층도 크게 늘었다.

동인동에 살고있는 심상각(50세)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딸이 극장보다는 넥플릭스로 영화를 보는걸 알긴 했는데 그동안 관심이 없다가 이번에 딸에게 사용 방법 등을 배워서 이젠 온 가족이 넥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본다”고 소개했다.

‘넷플릭스’는 한 달 7.99달러만 내면 영화와 TV 프로그램과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사업자로, 유료 가입자만 5천7백만명에 이른다.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서비스지만, 가입자 5천7백만 중 1천8만명이 해외 구독자로 알려져 있다.

지역 극장관계자는 “지금처럼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걸 꺼려하는 패턴이 굳어지면 극장에도 장기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극장가가 코로나19여파로 개점휴업 상황에 이르자 급기야 CGV는 지난 달 28일부터 대구지역의 9개 전 지점의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CGV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고객과 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해당 극장은 CGV대구, 대구수성, 대구스타디움, 대구현대, 대구아카데미, 대구월성, 대구이시아, 대구칠곡, 대구한일이다.

CGV 관계자는 “지난 달 28일 이후 사전 예매 티켓은 자동 취소되며 추후 영업 재개일은 결정 되는대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별도로 공지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유동인구가 줄어든 지난 토요일에 찾은 동성로 롯데시네마에는 관람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젊은 남녀 한 커플을 포함해 서 너명 뿐이었다. 평소 유입인구가 많아 알짜매장으로 불리는 인근 백화점 내 영화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관람객 감소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바닥을 칠 줄은 몰랐다”면서 “현재 대구 일부 지역에서 시간 단축 운영을 하고 있지만 지금상황으로서는 차라리 극장 문을 닫는 게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지역 18개 스크린에서 모두 46차례 상영된 개봉작 인비저블맨은 관람객수가 542명 수준에 그쳤다. 좌석판매율은 6.1%. 영화에 배정된 좌석 100석 중 겨우 6석을 채웠다는 의미로, 사실상 관람객 없이 텅 빈 극장에 영화만 돌아간 셈이다.

대구지역에서 주말 2위에 오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이날 하루 340명이 입장했다. 한 번 상영할 때마다 관람하는 사람이 7명이 채 되지 못했다. 나머지 작품들도 하루 종일 1백 명을 채우지 못한 영화가 속출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자 ‘사냥의 시간’ ‘결백’ ‘기생충’ 흑백판 ‘온 워드: 단 하루의 기적’ ‘후쿠오카’ ‘이장’ ‘나는보리’ ‘침입자’ ‘밥정’ 등 개봉 예정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했다.

극장가가 사실상 고사 상태에 이르자 정부도 긴급지원에 나섰다.

우선 관객 급감에 따른 재정 부담을 완화하도록 영화관이 매월 납부해야 하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올 연말까지 연기할 수 있게 체납 가산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영화관은 전문 방역을 실시하게 별도 비용도 지원한다.

이밖에 피해기업 휴업에 따른 고용유지지원금, 국세·지방세 신고납부기한 연장 등 정부가 앞서 마련한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대책을 영화업계에서도 적극 활용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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