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당신의 입장

윤정대

변호사

-공기관에서는 더 이상 휴업하지 말아야

-부분 소독에 그치고 건물 폐쇄 하지 않아야

-대구부터 일상을 회복해야

당신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다. 아파트 관리소장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온다. 입주민들이 아파트 내 헬스장과 욕조가 있는 공동이용시설인 복지동 잠정폐쇄를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관리소장은 입주민들 일부가 폐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공동이용시설 내에서 감염이 이뤄지면 책임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아예 폐쇄해야 한다는 입주자대표도 있다고 알린다.

대구·경북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여 모두 불안할 때였지만 당신은 무엇이 나은 판단인지 알 수 없다. 입주자대표들의 동의를 받아 관리소장에게 공용시설 폐쇄에 대해 아파트 입주민들의 찬반의견을 묻도록 했다.

전체 아파트 세대 중 55%가 찬반의견을 밝혔다. 예상과는 달리 폐쇄에 반대하는 의견이 66%나 돼 공동이용시설은 개방된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관리소장은 당신에게 “다른 아파트에서는 헬스장 등 공동이용시설을 모두 폐쇄를 했는데, 이 아파트만 입주민들 뜻이라고는 하지만 열어둬도 괜찮겠느냐?’는 헬스장관리 위탁업체 사장의 우려를 전했다.

전 세계 가운데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중국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당신이 살고 있는 대구가 확진자 3천 명이 넘어 가장 심각한 감염 지역이 되었다. 피해는 단순히 확진자 수가 많고 감염 우려가 높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접촉을 피하고 만나지 않게 되었다. 식당과 상가는 문을 닫았다. 대구의 사회경제활동이 멈추기 시작하고 있다.

당신은 코로나19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주변의 이야기, SNS에서 보고 들은 것 이상의 의학적인 지식이 없다. 불과 약 열흘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당신의 일상에 이처럼 심각하게 영향을 줄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야단법석을 부리지만 지나가는 일로 여겼다.

하지만 2020월1월18일. 당신이 사는 대구에서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특정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여기저기 건물이 폐쇄되고 소독이 이뤄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방역으로 며칠씩 휴업을 했고 변호사인 당신이 드나드는 법원마저 2주간 휴정을 한다면서 문을 닫았다.

당신의 1층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5층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나와 소독을 한다면서 건물 정문에 셔터가 내려졌다. 당신을 포함하여 아래 층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 일부는 옆문을 통해 사무실에 들어가서 업무를 보기도 했지만 말이다.

당신은 아주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장재연 교수가 “단순히 환자와 동일 장소에 있었다는 정도로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동안의 방역 결과 확인되기 때문에 일반 공공장소에서 과도한 두려움을 갖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당신은 그가 “지금처럼 이미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때에는 개인위생 조치와 자체 격리 등의 방안을 활용하여야 하며 무조건 환자가 지나간 모든 곳을 폐쇄하고 접촉자들을 격리시키며 각종 경제 사회활동을 중지시키는 것은 오히려 공포감만 조성하고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최대화하는 잘못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한 말을 특히 알리고 싶다.

당신은 건물 폐쇄는 물론 대구시와 대구의 공기관들이 감염 우려 때문에 공적 업무를 중지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기관의 업무 중지는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의 사회경제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법원의 업무도 더 이상 중지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감염 우려만으로 휴정하기보다는 방청을 제한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감염을 막는 방안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혹시라도 법정에서 재판은 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휴업이 아니라 변론준비라도 온라인이나 유·무선으로 강화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약 2주전인 2020년2월13일. 경제인 간담회 자리에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측은 불과 며칠가지 않아 여지없이 틀린 말이 되었다. 누구보다도 많은 전문적인 정보와 자료를 동원할 수 있는 대통령의 예측 실패는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대책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처음부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신중하게 대응하고 분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확진자 수가 폭증하더라도 국민의 불안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당신은 실제 정부의 지금까지 코로나19의 감염 방역 대책이 크게 잘못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전염병 대책에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예측하고 감염에 대비하고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부이고 그것이 최선일 것이다.

당신은 정부가 뒤늦게라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대해 좀 더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판정을 받은 대구지역 확진자 중 80%는 면역력이나 해열제 등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경증환자이고, 나머지 20%는 호흡기 관련 질환증상으로 진료가 필요한 환자이고, 이 가운데 5%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으로 반드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 속한다”고 밝혔다.

대구는 이제 코로나19에 의한 시험대가 되었다. 일상을 회복하느냐 무너지느냐는 기로에 서있다. 당신은 당신이 함께 살아가고 당신이 사랑하는 대구 시민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늘 자랑스러운 대구, 이곳에서의 평범하면서도 이제는 간절한 일상을 되찾을 것으로 믿는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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