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방위적으로,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2월18일, 대구 첫 확진자 발생일을 시점으로 보면 불과 2주 만에 확진자(3월4일 0시 기준)가 대구가 4천 명, 경북이 700명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론 확진자가 5천 명을 넘어섰다.



▲ 코로나19는, 대구의 첫 확진자가 확인된 지 10여 일 만에 대구에서 4천 명, 경북에서 7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등 지역 사회를 감염병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2월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육군 50사단 병사들이 방역 작전을 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 코로나19는, 대구의 첫 확진자가 확인된 지 10여 일 만에 대구에서 4천 명, 경북에서 7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등 지역 사회를 감염병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2월29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육군 50사단 병사들이 방역 작전을 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양상을 보면 초기엔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이라는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확인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지역사회 감염자로 의심되는 확진자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규 확진자 가운데 신천지 신도보다 일반 시민이 더 많아지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장애인복지시설, 구치소 등 집단 수용시설에서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가 확인되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 현황을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대구, 경북의 신규 확진자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걱정하는 한편, 과연 언제쯤이면 지역의 확진자 규모가 대폭 줄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한편 시,도민들은 감염병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내놓고 말 못 하는 고통과 아픔도 커지고 있다.

시내 상가에는 문 닫은 점포들이 수두룩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재래시장은 인적이 뚝 끊어지는 등 지역상권이 사실상 직격탄을 맞고 있고, 지역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체들은 수개월 전 중국 내 감염병 발생 때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갔지만 아직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에다 지역경제 걱정까지 더해진 지역민들은 이 상황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왜 이렇게 지역 내 전파속도 빠르나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일상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는 시, 도민들은 왜 이렇게 유독 지역에서만 전파 속도가 빠를까 궁금해하며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 지난 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서동 중앙교육연수원에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됐다. 이날 코로나19 경증환자를 태운 119구급차량이 환자 입소를 위해 생활치료센터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 지난 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서동 중앙교육연수원에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됐다. 이날 코로나19 경증환자를 태운 119구급차량이 환자 입소를 위해 생활치료센터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는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와 비교할 때 전파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종플루의 경우 2009년 5월2일 첫 발생 이후 확진자 1천 명을 넘어서는 데 81일이 걸렸지만, 코로나19는 30여 일 만에 1천 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이처럼 빠르게 전파되는 것이 이 감염병이 지닌 속성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초기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운 탓에 보균자들이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하기 때문에 전파 속도가 빨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감염병 발생이 집단 내에서 있었던 것이 대규모 확산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내 첫 감염자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였다는 점이다. 이 확진자가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교회 예배에 참석한 탓에 무더기 감염이 있었고, 또 이곳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신도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면서 2차, 3차 감염이 전방위로 나타나게 됐을 거란 분석이다.

감염병 의심군으로 지목된 신천지 신도들의 명단이 초기에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점도 전파 범위를 넓히고 전파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신천지 대구교회 측은 신도 가운데 첫 확진자가 확인된 이후 대구시의 요구에 따라 신도 전체 명단을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대구시에 따르면 신천지에서 제출받은 명단에는 누락된 신도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천지 신도 명단에는 있지만 소재 파악이 안 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은 초기 대규모 확산의 원인이 됐기도 하지만, 앞으로 확진자 확산을 방어하는데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6천549명의 경북지역 신천지 신도 명단은 확보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신도가 아직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신천지 교회에서 제공한 부정확한 정보가 정부의 초기 방역 작업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무더기 집단 감염이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의 경우 신천지 교주의 형이 입원 치료를 받다 숨져 장례까지 치른 장소란 사실이 감염병이 지역에서 확산한 이후에야 파악됐다.

신천지 신도들의 대규모 집단 감염은 또 중국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 감염병이 신천지 신도들을 통해 국내에 전파됐을지 모른다는 의혹으로도 번지고 있다. 2월29일 법무부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신천지 신도 24만4천여 명에 대해 출입국 기록을 전부 조회한 결과, 2019년 7월부터 2020년 2월27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입국한 신도 수가 41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간 중국 전역에서 국내에 입국한 신천지 신도 수는 3천600여 명이라고 했다.

정부는 또 신천지 신도 일부가 올해 1월 중 중국 우한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법무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감염 가능성이 큰 신도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과 같이 전국 규모의 감염병 발생에서 시, 군 단위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이 느린 점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 권한이 정부와 광역 단위 지자체에만 있기 때문에 일선 지자체에서는 그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해도 이동경로나 접촉자 파악 등 직접 조사, 대응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경북에서는 경산, 청도에서 확진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이 지역 확진자 역시 신천지 대구교회와 대남병원과 관련이 있는데, 경산은 특히 영남권 첫 확진자인 31번 확진자가 접촉한 신천지 신도 722명 중 536명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 같은 지역으로의 급속한 확산에 시,군 지자체에서는 역학조사 권한을 한시적이라도 위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한 해당 지자체에서 확진자 이동경로나 밀접접촉자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경북에서는 소규모 집단감염도 우려되는 현상이다. 이탈리아,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갔다가 최근 귀국한 천주교 안동교구 38명 가운데 29명이 확진자로 확인됐다.

◆ 확진자 급증세 언제쯤 꺾일까

권영진 대구시장은 2월27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구지역에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적게는 2천 명, 많게는 3천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권 시장이 그렇게 추정한 배경은, 2월27일 기준 미검진된 신천지 교회 신도 6천 명 가운데 전수조사에서 확진자가 나올 확률을 10% 정도로 추산하면 600명, 여기다 2차, 3차 감염 가능성이 큰 일반시민 추정치를 더한 것이다. 그러나 권 시장의 예상과 달리 대구 확진자 수는 3월2일 이미 3천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대구, 경북에서 그동안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이미 드러났듯이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이 주로 대구, 경북 거주자가 많았고, 검체 검사가 주로 이들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경북 확진자 급증세가 꺾이는 변곡점은 우선 이들에 대한 검체 검사가 완료되는 시점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 진단검사는 3월5일께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예상도 확보된 신천지 신도 명단에서 누락된 신도가 속속 드러나고 있고 연락이 닿지 않는 신도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단 분석도 있다.



▲ 4일 대구 동산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짧은 틈을 내 비대면 혼밥 식사를 하고 있다. 김진홍기자
▲ 4일 대구 동산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짧은 틈을 내 비대면 혼밥 식사를 하고 있다. 김진홍기자


또 다른 예측도 있다. 그동안의 확진자 급증 추세를 보면 신천지 신도들의 지역사회 전파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천지 신도뿐 아니라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일반시민까지 진단검사가 일정 수준 마무리돼야 확산 추세의 변곡점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검사 대기자가 1만여 명이 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보면 확산 추세가 꺾이는 시점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시,도민들의 자발적인 감염병 경계 강화도 확진자 증가 추세의 변곡점 시점을 앞당기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지역민들이 감염병 경계심을 최고로 높이면서 스스로 손씻기와 마스크하기, 이동제한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 방역 당국의 감염병 통제와 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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