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접촉없는 ‘언택트’(untact) 문화, 사회 전반으로 확산

▲ 대구문화예술회관 온라인 콘서트 'DAC on live'에서 'sp arte'가 공연하는 장면
▲ 대구문화예술회관 온라인 콘서트 'DAC on live'에서 'sp arte'가 공연하는 장면
“희망이란 뜻을 가진 저희 에스피 아르떼(sp arte)와 함께 지친 일상에 잠시 힐링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일부터 평일 낮 12시30분이면 어김없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 음악인들의 고품격 음악회가 실시간으로 흘러 나온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개설한 ‘DAC on live’ 콘서트다. 공연장을 직접 찾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음악회를 즐기는 이른바 '랜선 콘서트'다.

객석을 가득 메운 박수와 함성을 대신한 건 실시간 채팅창을 통한 응원 메시지와 ‘좋아요’ 그리고 ‘하트’표시가 전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의 모든 공연장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가는 등 대중이 모이는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에서 비대면 온라인 라이브 공연인 ‘랜선 콘서트’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면 접촉을 꺼려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 나 혼자 ‘방구석 1열’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매력도 한 몫 한 때문이다.

▲ 대구문화예술회관 온라인 콘서트에서 'sp arte'가 대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대구문화예술회관 온라인 콘서트에서 'sp arte'가 대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DAC on live’의 경우 평일 점심시간에 방송되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실시간으로 시청하기에는 제약이 따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생방송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소프라노 한보라’,‘테너 오영민’을 시작으로 ‘노래하는 가야금 놀다가’, ‘sp arte’, ‘피아니스트 추교준’ 등이 출연했다.

첫 날 방송된 한보라, 오영민 공연은 8일 기준 조회수가 1천 회에 이르는 등 랜선 콘서트가 단기간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장감이나 감동은 실제 공연장보다 못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층에 크게 어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중계 화면을 통해 크로즈업 되는 예술인의 얼굴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공연장에서는 놓칠 수 있는 무대 배경, 소품 등의 디테일한 면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매력이다.

직장인 이지은(33)씨는 “온라인 라이브 음악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장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하기엔 부담스러워 퇴근 후 집에서 꼭 챙겨 보는 편”이라면서 “평소에 음악회에 갈려면 따로 시간도 내야하고 비용도 부담되는데 온라인을 통해 중계되는 음악회는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귀띔했다.

▲ 대구문화예술회관 온라인 콘서트 '놀다가' 공연
▲ 대구문화예술회관 온라인 콘서트 '놀다가' 공연
이번 코로나19사태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랜선 공연 문화’를 빠르게 확산시켜 나가는 모양세다. 실제로 K팝계를 중심으로 공연장 라이브 콘텐츠를 네이버 V라이브 등 온라인으로 보는 환경은 이미 이전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다. 지난해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 월드투어를 네이버 V라이브가 생중계를 했는데 당시 ‘방구석 1열’로 통하며 각광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온라인을 통한 공연 중계는 무료임에도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대중인지도가 높은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보다 공연의 대중화를 위해 작품성은 있지만 홍보 수단이 부족한 작품 등을 위주로 송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다중이 모이는 공연이 불가능해지면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음악계는 물론 미술계 등 예술분야 전반에 걸쳐 온라인 중계가 빠르게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역의 한 공연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사태를 분기점으로 공연예술계에도 대중 예술분야처럼 미디어를 통한 관람 문화가 빠르게 확산 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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