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유튜브로 ‘B급 감성’ 이색 시정 홍보 화제

발행일 2020-03-09 18: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솔직담백 엽기적인 입담…영화·드라마 패러디까지

기획 연출 촬영 편집 등 모든 제작 공무원 담당

‘좌충우돌 숙영낭자’ 영상 총 조회수 3만4천회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가 촬영된 포항 구룡포공원 계단에서 포항시 공식 유투브 계정을 제작하는 시청 공무원들이 드라마 속 주인공의 모습을 따라하고 있다.
“과장님, 예쁜 옷 사서 입어야 하니 포항사랑상품권 좀 주세요.”

포항시 홍보담당관실 정숙영 주무관(7급)이 죽도시장에서 사용할 자금이 필요하다며 부서장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순간 물을 마시고 있던 부서장은 당황한 나머지 입에서 물을 내뿜고 ‘푸우~켁켁!’ 하며 사레에 걸린다.

곧 안정을 되찾은 부서장은 결국 은행을 방문해 부하 직원이 요구한 상품권을 구입하게 된다.

공직 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 상황은 지난해 9월27일 포항시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20년차 포항 공무원… 이제 퇴사만 남았습니다’ 영상의 한 장면이다.

정 주무관은 이 계정의 ‘좌충우돌 숙영낭자’라는 코너에 직접 참여하는 포항시 홍보담당자다.

그와 동료가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영상들이 해당 계정에 현재 6개 올라와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정무·홍보감각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난 홍보담당관의 머리와 결재라인 간소화에서 나왔다.

그의 아이디어를 재빨리 실행에 옮긴 서병일 홍보마케팅팀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들과 호흡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시정 홍보에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세계에서 포항시의 생존 전략을 솔직담백하고 해학이 넘치는 낮은 퀄리티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말 개설된 이 계정은 구독자가 현재 1천300여 명, 영상 조회 수는 모두 3만4천 회를 기록 중이다.

정 주무관이 출연하는 영상들의 ‘아이덴티티(정체성)’는 확실하다. 복고풍의 이른바 ‘B급 감성’이다. 여기에 영화 및 드라마 패러디까지 담았다.

강추위 속 호미곶 해맞이축전 행사장에서 1만 명 떡국 제조 현장을 찾아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에 손을 쬐며 “아, 따뜻하다. 여기 들어가면 안 되죠?”라고 한다.

구룡포 과메기 가공공장에서는 안내받은 과메기 손질법이 서툴자 “저는 닭띠여서 닭대가리라 금방 잊어버린다”고 거침없이 내뱉는다.

도심 중앙 철길 숲에 가서는 공사 중 땅속에서 나온 천연가스불 앞에서 카메라 각도를 조절해 자신이 ‘용가리’라며 용이 입에서 불을 뿜는 듯한 모습을 재현하고, 인기 영화였던 ‘겨울 왕국’의 엘사 공주 분장을 하고 서투른 실력으로 영화 주제가(팝송)도 부른다.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구룡포를 방문해서는 주인공 동백(공효진 분)의 극 중 명장면을 어설프게 따라한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카메라 움직임 속에 이 같은 정 주무관의 직설적이고 엽기적인 입담은, 나아가 영화·드라마 패러디 연기는 절로 폭소를 자아낸다.

정 주무관은 “처음 시작할 때 ‘보는 사람도 없을 테고 오래 못 간다’, ‘너무 튄다’ 등등 직원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팀원들의 협조와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쑥스러워했다.

좌충우돌 숙영낭자 영상은 기획과 연출, 촬영, 편집까지 모두 공무원들이 직접 했다.

가볍고 유쾌하게 만든 어설픈 B급 영상이 흥행 요인이 되면서 시정 홍보도 일방적이면서 딱딱한 홍보를 넘어 자연스러운 SNS 쌍방향 홍보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시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만드는 영상이 많은 유튜브 이용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지역에 대한 공감도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포항시는 이 같은 이색 홍보의 반응에 힘입어 시정 소식지 ‘열린 포항’에 음성안내까지 가능한 스마트폰 인식용 QR 코드를 삽입해 시각장애인 정보격차를 해소할 계획이다.

박재관 포항시 홍보담당관은 “실패를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신념으로 과감히 도전한 시도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앞으로도 최신 트렌드에 맞는 홍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해 적극적인 도시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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