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에 꽃피는 나눔문화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지난달 18일 신천지 대구교회의 한 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31번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대구가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로 부각된 지 3주째를 맞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온 의료진을 비롯해 전 국민의 지원 덕분에 확진자 증가세가 다행히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민, 특히 소시민들 사이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나눔문화가 꽃피고 있어 대구시민의 공동체의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3·1절 101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소액기부운동인 ‘1339 국민성금 캠페인’이 대구에서 시작됐다. 이 캠페인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돼 지난 주말까지 한 주일 만에 5만여 명이 동참했으며, 1억 원 가까운 모금이 이뤄졌다. 소액기부운동이 나눔문화 확산에 효과적이란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온라인에서 개인 중심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대구시교통연수원과 대구어린이교통랜드 임직원이 모두 동참하는 등 기관 및 단체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대구를 청년들이 살 만한 도시로 만들자는 시민운동을 벌이는 ‘청년희망공동체 대구’ 소속 회원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1,339원의 기부가 대구의 생명이 됩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운 이 캠페인의 기본 성금액은 1천339원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콜센터 번호인 ‘1339’를 활용했다. 그 이상의 성금도 물론 가능하다. 1천339원의 10배인 1만3천390원, 100배인 13만3천900원이 그 예다.

모금계좌는 공인된 모금기관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코로나19 전용계좌로 정했다. 지정기탁 절차가 따로 필요 없으며 기부금 영수증 발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별도의 모금계좌를 개설할 경우 성금의 배분, 실행, 공개, 정산 등 복잡해질 향후 절차를 고려한 것이다. 대구시의사회가 지난 3일 자정부터 성금과 후원물품 접수를 중단하고,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현명한 판단으로 평가된다.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모금계좌로 송금한 뒤 SNS를 통해 지인 3명에게 캠페인을 알리면 된다.

캠페인에 쓰인 포스터의 디자인은 한 회원이 재능기부를 했다. 1천원짜리 지폐와 수혈팩을 조합한 디자인은 소액기부가 이웃을 살리는 수혈과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회원들은 취지문에서 “국채보상운동, 6·25 낙동강전투, 2·28 민주운동의 무대가 대구”라면서 “대구는 우리나라의 위기를 극복한 전환의 도시입니다. 코로나19의 위기도 대구와 경북, 대한민국이 한마음 한뜻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캠페인 동참을 호소했다.

또한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가운데, 온라인에서 ‘마스크 안사기 운동’도 등장했다. 대구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노약자 등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이웃들이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자는 취지다. 페이스북에서는 ‘공개약속, 앞으로 4주간(3.9~4.4) 제게 할당된 마스크를 구매하지 않겠습니다’란 내용이 적힌 캠페인이 대구시민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 7일 이 운동에 참여한 대구지역 한 변호사의 페이스북에는 하루만에 1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신에게는 아직 6장의 마스크가 있습니다. 명량해전에 나가는 충무공 같습니다.” “저도 지금 있는 마스크로 버티겠습니다. 공유합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대구지역 한 고등학교 동기회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도 “우리가 조금만 양보하면 마스크 대란도, 코로나19도 극복된다.”는 안내문과 함께 동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1339 국민성금 캠페인에 동참한 필자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긴 대구지역 한 자영업자의 언행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란 진리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아주 좋은 모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방역기관 관계자와 자영업자일겁니다. 그런데 하루 벌어 먹고사는 일용근로자들도 그 고통이 다르지 않습니다. 이 성금이 그들에겐 단돈 1원도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가게에 청소하러 오시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걱정돼 얼마간의 생활비를 보내드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세와 공과금을 낼 돈도 없고, 당장 먹을 것 사기도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여유가 있으시면 이런 분들에게도 도움을 주세요. 제발.”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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