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이 점입가경이다. 약국과 우체국 등엔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 행렬이 그칠 줄을 모른다. 국민들은 마스크 한 장 구하기 위해 목을 맨다. 대통령까지 나서 마스크를 챙기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장 등 생산업체를 닦달해도 한계다. 급기야 정부가 마스크 5부제라는 배급제까지 동원했지만 마스크 2장으로 1주일을 견디라는 것이 고작이다.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2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대구에서만 하루 2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건 마스크 밖에 없는데 마스크를 구하려고 해도 잘 구할 수가 없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이 벽에 부닥치자 면 마스크 착용과 마스크 미착용을 권장하는 옹색한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 내놓은 5부제가 9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로 구매를 제한하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줄서기는 여전했고 시민 불편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 공급시간과 물량을 알 수 없어 약국에 문의하거나 약국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등 불편이 잇따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꼭 필요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양보와 배려, 협력을 기반으로 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국민 양식에 호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별무소용이다.

정부가 허둥 지둥 하는 동안 민간에서 마스크 나눔 운동이 이어졌다. 국가적 마스크 대란을 환난상휼의 정신으로 돕고 있다. 다소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웃을 위해 마스크를 한 두 개씩 내놓는다. 고생하는 택배 배달원을 위해 음료와 마스크를 위로의 글과 함께 비닐봉지에 넣어 고마움을 전달하기도 했다.

배우 김보성은 대구를 찾아 5천 개의 마스크를 직접 대구 시민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리저리 융통한 마스크를 모아 기탁하는 시민도 있다. 기관과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마스크 나눔 운동은 셀 수도 없이 많다.

확진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는 전국 의료인들의 자원봉사가 줄을 잇고 기부 금품이 쇄도하고 있다. 나눔과 위로가 코로나19의 최고 치유제가 됐다.

정부와 지자체의 늑장 및 부실 대응을 민간 부문에서 메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 주말부터 코로나19가 조금 꺾이는 추세다. 정부를 원망만 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이제 민과 관이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보건 당국은 방역시스템을 점검, 한 치라도 빈틈이 없도록 챙기길 바란다.

정부는 국민들이 마스크 때문에 더 이상 애를 태우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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