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어린 말의 보시가 필요하다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불교의 가르침 중에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다. 불교경전에 나오는 말이다. 돈이든 명예든 지위든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가지 보시를 말한다. 재산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선의를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말이다.

무재칠시에 따르면 빈털터리더라도 가능한 게 나눔이다. 환한 얼굴, 부드러운 눈빛만으로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화안시(和顔施)다. 밝은 미소를 띤 온화한 얼굴 표정만으로도 베풀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언사시(言辭施)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하고 진심어린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셋째는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괴로움을 헤아리는 심시(心施)다. 넷째는 안시(眼施)다. 호의를 담은 눈으로 부드럽게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는 신시(身施)로 자신의 육체를 이용해 남을 돕는 보람된 일을 하는 것이고 여섯째인 좌시(座施)는 힘든 사람들에게 앉은 자리를 내어주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은 찰시(察施)다. 미리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묻지 않고도 도와주는 것이다. 찰시 대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방사시(房舍施)를 일곱 번째로 들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대구경북 지역이 어려움에 처하자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생업을 제쳐두고 나의 일인 것처럼 대구로 몰려와 자원봉사인 신시(身施)를 실천하고 있다. 다른 국민들은 의료용품과 성금을 보내기도 하고,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심시(心施)와 안시(眼施)를 베풀기도 한다.

불교의 가르침에서 이야기하는 찰시(察施)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광주의 따뜻한 손길이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틀 뒤 광주시는 대구시에 마스크 2만개를 건넸다. 급증한 확진자로 병상이 부족하자 선뜻 대구의 경증환자를 받겠다고 나선 것도 광주였다.

이런 가운데 상대방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하는 언사시(言辭施)조차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이없는 경우도 종종 생겨난다. 코로나19로 비상상황인 대구경북 시도민을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일부러 자극하는 말들이 넘쳐 나고 있어서다. 몇몇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정제되지 않은 막말, 대구경북 폄하 발언을 말하는 것이다.

7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 이 모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참으로 어이없다. ‘신천지와 코로나19의 위협은 전국에 있지만 대구경북에서만 아주 두드러지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과 그것들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무능도 큰 몫을 하는 것이다.’

지난 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정책위원이 ‘대구는 미통당 지역’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다른 지역은 안전하니 TK는 손절해도 된다’는 지역비하성 표현을 했다가 보직해임됐다. 그 전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대구 봉쇄’ 발언으로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했다. TBS라디오에서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씨는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도 2018년 지방선거 결과와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비교한 사진을 올리며 ‘투표의 중요성 후덜덜’이라고 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은 실수라고 치자. 하지만 같은 말이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되면 실수가 아니라 진심이다. 다가오는 총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여당 입장에선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나마 대구지역에도 현재의 2개 지역구보다 더 많은 여당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닌가.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지금 혼신의 힘으로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 자발적인 자가격리에 들어간지도 3주째다. 일곱 가지 보시 중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신시(身施)까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언사시(言辭施)이면 족하다. 진심어린 말의 보시가 필요할 때다. 그마저도 싫다면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좋다. 불난 집에 부채질만 하지 않으면 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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