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곡군 석적읍 한솔아파트 석윤정(오른쪽)이장과 정혜란 부녀회장이 직접 만든 수제 마스크를 들어보이고 있다.
▲ 칠곡군 석적읍 한솔아파트 석윤정(오른쪽)이장과 정혜란 부녀회장이 직접 만든 수제 마스크를 들어보이고 있다.
“우리 마을 주민은 이장과 부녀회가 지킨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을 위해 이장과 부녀회가 재봉틀을 꺼내 들었다.

칠곡군 석적읍 한솔아파트 석윤정(44·여)이장과 부녀회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필터를 장착한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무료 보급에 나섰다.

한솔아파트 부녀회는 지난 10일 면 마스크 200개와 면 마스크용 KF94 필터 600개를 직접 만들어 아파트 주민과 석적읍에 각각 전달했다.

석 이장의 수제 마스크 제작은 고령의 어르신과 임산부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시작됐다.

이런 차에 서울보건환경연구원에서 정전기 필터를 장착한 면 마스크도 바이러스 차단에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필터를 교환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수제 마스크 만들기에 나섰다.

석 이장은 부녀회장인 정혜란(39·여)씨를 찾아 면 마스크 제작 의사를 밝혔다. 부녀회장도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 4일 아파트 밴드에 마스크 제작을 위한 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남겼고, 이후 재봉틀에 능숙한 부녀회 10여 명이 동참 의사를 밝혀 봉사단을 꾸렸다.

마스크 봉사단은 감염증 예방을 위해 각자의 집에서 작업했다. 마스크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에 부닥쳤다. 이유는 마스크 핵심 자재인 필터를 구할 방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필터는 코로나19 발상지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에서 전량 수입해 들어오는 관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상태였다.

석 이장이 필터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에 나선 결과 여성벤처 기업인인 위드텍 이은경 대표가 구원 투수로 나섰다. 이 대표는 KF94 필터 30m를 무료로 공급했다.

면 마스크에 끼울 필터 6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마침내 부녀회의 땀과 독지가의 기부로 사랑의 수제 마스크가 완성됐다.

이들은 지난 9일 마스크, 필터, 견과류, 사탕과 함께 “힘내세요”로 시작하는 따뜻한 응원의 글도 봉투에 넣고 정성껏 포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스크는 석적읍과 한솔아파트에 거주 중인 암, 뇌졸중 등의 중증환자와 기저질환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정작 마스크를 제작한 이장과 부녀회 봉사단은 단 한 개도 갖지 않았다.

석윤정 이장은 “코로나19 감염증 위기극복을 위해 마음을 모아 마스크 제작에 힘써주신 부녀회에 감사드린다”며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마스크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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