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포스트 코로나19’ 어떻게 하나…

발행일 2020-03-12 17:07:4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올림픽, 짧아진 방학으로 벌써부터 걱정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반도’의 티저 포스터
코로나19 여파로 빙하기를 맞은 극장가가 ‘포스트 코로나19’까지 걱정할 처지가 됐다.

3~4월 개봉 예정작들이 도미노처럼 연기되면서 5~6월에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커진데다, 여름 시장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아서다.

극장 최대 성수기인 7월과 8월에는 도쿄올림픽(7월22일~8월9일)이 열리고, 여름 방학마저 단축돼 여름 시장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에 따르면 올여름 개봉을 저울질하는 한국 영화는 ‘서복’(CJ ENM), ‘영웅’(CJ ENM), ‘모가디슈’(롯데컬처웍스), ‘반도’(뉴), ‘싱크홀’(쇼박스), ‘승리호’(메리크리스마스) 등이다.

대부분 제작비 200억 원 안팎의 대작이다. 외국 영화로는 ‘덩케르크’, ‘인터스텔라’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국제 첩보물 ‘테넷’(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이 가세한다.

이 중 여름 개봉을 공식으로 밝힌 작품은 연상호 감독 신작 ‘반도’ 뿐이다. ‘부산행’ 4년 후를 그린 영화로, 최근 티저 포스터를 공개하며 시선을 끌었다.

통상 여름 성수기 영화는 개봉 3~4개월 전부터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에 돌입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일 확정은 물론 마케팅 시동도 걸지 못한 상태다.

CJ ENM은 7월에 공유·박보검 주연 ‘서복’을, 8월에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 짓지는 못했다.

앞서 4월에는 성동일·김윤진 주연 ‘담보’, 5월에는 이제훈 주연 ‘도굴’, 6월에는 황정민·이정재·박정민 주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개봉하기로 라인업을 짜놨지만, 이 역시 유동적이다.

이처럼 올여름에는 대작이 한꺼번에 쏟아지겠지만,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은 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늦춰지면서 여름방학이 1∼2주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가족 단위 관객도 그만큼 감소할 수 있다는게 극장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7월 하순부터 열리는 도쿄올림픽도 영화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대회에선 박진감이 넘치고 반전의 연속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경기들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국과 시차가 적은 도시에서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이 열릴 경우 관객 수는 그 이전 해보다 확연히 줄었다. 실제로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극장을 찾은 인원은 약 1천만명으로, 그 전년보다 100만명 가량 감소했다. 한국과 시차가 같은 일본에서 빅매치가 열리면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다만, 영화계에선 봄철에 극장을 찾지 못한 관객이 여름에 몰리는 풍선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과거 메르스나 사스 때도 나중에 사태가 진정되면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려는 양상을 보였기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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