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감염병에도 가짜뉴스라니

발행일 2020-03-12 14:31:4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우리 사회에 가짜뉴스(fake news)가 얼마나 퍼졌으면 이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있다. 최근 한 교수가 발표한 가짜뉴스 유형을 다룬 글이 눈길을 끈다. 그는 가짜뉴스를 모두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허위정보, 오인정보, 거짓정보, 루머(유언비어), 패러디(풍자) 등이 그것인데,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허위정보와 거짓정보일 것이다. 이 둘은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이가 의도를 갖고 계산해서 전파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지금 대구·경북을 휩쓸고 있다. 지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환자만 수천 명에 이르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감염병 때문에 평온하던 일상이 무너져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더군다나 감염병 방역에 모두가 온 힘과 정성을 모으고 있는 이런 상황에 확인도 되지 않는 가짜뉴스가 쏟아져나와 힘들고 지친 시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최근 SNS를 통해 접한 것 중 그나마 약한(?) 것만 추려봐도 이렇다. ‘코로나19는 치료가 되어도 폐 손상이 심하다’ ‘올해 4월까지 2개 여행사를 제외한 국내 모든 여행사가 부도난다’ ‘대만 전문가의 10초 이상 숨참기 코로나19 진단법’ 등등. 언뜻 보면 단순한 정보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가만히 읽어보면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의도가 섞인 감염병 가짜뉴스도 적지 않다. ‘정세균 총리는 대구 와서 자리 옮길 때마다 옷 갈아입고 지퍼도 보좌관이 올려준다’ ‘(총리는) 밥도 대구 음식 못 먹고 서울서 배달해 먹는다’.

가짜뉴스는 그 역사가 커뮤니케이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고 한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백제 무왕과 선화 공주의 러브스토리 탄생의 비화인 ‘서동요’ 얘기도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가짜뉴스였고,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에서 조선인대학살이라는 참극이 벌어진 배경에도 일본 내무성이 악의적으로 퍼트린 허위정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옛날에도 가짜뉴스가 있었는데, 요즘은 누구나 인터넷과 SNS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최적화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가짜뉴스의 경향을 분석한 학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가짜뉴스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정치·경제적 이해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주로 이해집단 내에서만 공유되었다면 근래에는 그 전파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특히 최초 가짜뉴스가 여러 경로를 거치면서 스토리가 덧입혀져 2차, 3차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돼 그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종이 생기듯 가짜뉴스도 변종 가짜뉴스가 만들어져 전파되는 셈이다.

얼마 전에는 SNS 등에서 국내외 톱스타들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 있는 ‘신천지 연예인 찌라시’가 급속히 퍼진 적이 있다. 이 가짜뉴스는 그러나 실명 노출 덕(?)에 외려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이름이 들어있던 한 여가수는 SNS에 ‘찌라시 조심하세요,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짜뉴스가 워낙 넘쳐나다 보니 의외의 일도 벌어진다. 최근 감염병 사태로 신천지 교회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데 이 교회 총회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후에 벌어진 일이 참 묘했다. 회견 내용보다 그가 차고 나온 전직 대통령 이름이 찍힌 손목시계의 진위에 관심이 더 쏠린 것이다.

감염병이 두려운 것은 그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래서 전파 경로를 알 수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짜뉴스 역시 바이러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 최초 생산자가 잘 드러나지 않고 그 전파가 시, 공간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빠르게 전파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확정편향과 고정관념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꼽는다. 즉 자신의 이익과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정보라면 그 진위는 상관없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자신에게 이득인지 손해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냥 감정적으로, 분위기에 휩쓸려 가짜뉴스 전파자가 되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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