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의료진들은 두 달 가까이 휴일도 없이 매달렸다. 몸도 피곤하지만 자신도 코로나19에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만만찮다.
지난 13일 찾은 구미보건소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여전히 5~6명의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주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9일까지 구미보건소에선 하루 300여 건의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다.
공중보건의가 파견돼 업무를 대신한 건 지난 10일. 그전까지는 간호사·임상병리사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 등이 검체 채취 업무를 맡았다. 김혜정(45) 주무관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김 주무관은 “구미보건소 선별진료소의 업무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신천지 신도를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 구미에서만 1천750여 명의 신천지 신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검체 채취 담당자들은 가장 확진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역할이다.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전염될 수 있다.
기본 복장은 레벨D의 방호복과 고글, 장갑, 수술용 고무장갑, N95 마스크. 전염 우려 때문에 입는 것보다 벗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당연히 근무 중에는 화장실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선별진료소 근무 시간에는 아예 물을 먹지 않는 직원도 많다.
무증상자는 상기도(코·입), 하기도(목)에서 검체 채취가 이뤄진다. 하기도 검체 채취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채취 부위가 정확하지 않으면 코앞에서 의심환자의 기침을 뒤집어쓸 수 있다.
김 주무관은 “실제 구미보건소에선 직원 2명이 하기도 검체 채취 과정에서 확진자의 기침에 얼굴이 노출돼 2주간 격리됐다”며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특수복장을 입고 있어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보건소 안은 과일과 도시락, 간식거리로 가득하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시민들이 보내준 응원이다.
김 주무관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서툰 부분도 있었지만 보건소 직원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협조로 많은 부분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지역에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구미보건소 외에도 순천향대 구미병원, 구미 차병원 2곳이 더 있다. 두 병원은 지난 5일부터 국민 안심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험이 없던 탓에 일반 호흡기 환자와 코로나19 의심환자가 함께 진료를 받던 공간이 지금은 확연하게 구분됐다.
순천향대 구미병원의 검체 채취 업무는 이갑섭 진단검사의학과 팀장 등 4명이 맡고 있다. 그는 정년 6개월을 앞둔 임상병리사다.
모두들 기피하는 업무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 팀장이 혼자 모든 업무를 도맡기도 했다. 인원이 늘어난 뒤에도 그가 검체를 채취하는 환자는 하루 50~60명꼴이다.
구미보건소와 달리 인원이 부족한 병원의 근무시간은 더 길다. 2인1조로 오전, 오후로 나눠 교대근무가 이뤄진다.
이 팀장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N95 마스크를 쓰고 장시간 일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얼굴색이 달라질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다 보니 주위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업무가 손에 익긴 했지만 음압텐트로 들어가기 전에는 여전히 긴장해야 한다. 하기도 검체 채취에 유달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임상병리사는 “기침을 하는 경우는 일반적이고, 어떤 환자들은 몸을 잡아끄는 등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검체 채취를 담당한 임상병리사들은 한동안 병원 내 빈 공간을 찾아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찜찜한 마음 때문에 사람이 많은 병원 식당이나 사무실이 일부러 꺼렸다.
이 팀장은 “아내가 우스갯소리로 ‘밥을 따로 먹자’고 했는데 솔직히 많이 서운했다”며 “코로나19도 걱정이지만 다른 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