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보건소 직원이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 구미보건소 직원이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금세 대구·경북을 비롯해 우리나라 전역으로 옮겨 붙었다. 조금만 열이 나도 사람들은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어떤 환자는 음성 판정을 받고도 불안해 재차 선별진료소를 찾기도 했다.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의료진들은 두 달 가까이 휴일도 없이 매달렸다. 몸도 피곤하지만 자신도 코로나19에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만만찮다.

지난 13일 찾은 구미보건소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여전히 5~6명의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주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9일까지 구미보건소에선 하루 300여 건의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다.

공중보건의가 파견돼 업무를 대신한 건 지난 10일. 그전까지는 간호사·임상병리사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 등이 검체 채취 업무를 맡았다. 김혜정(45) 주무관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김 주무관은 “구미보건소 선별진료소의 업무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신천지 신도를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 구미에서만 1천750여 명의 신천지 신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검체 채취 담당자들은 가장 확진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역할이다.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전염될 수 있다.

기본 복장은 레벨D의 방호복과 고글, 장갑, 수술용 고무장갑, N95 마스크. 전염 우려 때문에 입는 것보다 벗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당연히 근무 중에는 화장실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선별진료소 근무 시간에는 아예 물을 먹지 않는 직원도 많다.

무증상자는 상기도(코·입), 하기도(목)에서 검체 채취가 이뤄진다. 하기도 검체 채취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채취 부위가 정확하지 않으면 코앞에서 의심환자의 기침을 뒤집어쓸 수 있다.

김 주무관은 “실제 구미보건소에선 직원 2명이 하기도 검체 채취 과정에서 확진자의 기침에 얼굴이 노출돼 2주간 격리됐다”며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특수복장을 입고 있어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보건소 안은 과일과 도시락, 간식거리로 가득하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시민들이 보내준 응원이다.

김 주무관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서툰 부분도 있었지만 보건소 직원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협조로 많은 부분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지역에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구미보건소 외에도 순천향대 구미병원, 구미 차병원 2곳이 더 있다. 두 병원은 지난 5일부터 국민 안심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험이 없던 탓에 일반 호흡기 환자와 코로나19 의심환자가 함께 진료를 받던 공간이 지금은 확연하게 구분됐다.

순천향대 구미병원의 검체 채취 업무는 이갑섭 진단검사의학과 팀장 등 4명이 맡고 있다. 그는 정년 6개월을 앞둔 임상병리사다.

모두들 기피하는 업무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 팀장이 혼자 모든 업무를 도맡기도 했다. 인원이 늘어난 뒤에도 그가 검체를 채취하는 환자는 하루 50~60명꼴이다.

구미보건소와 달리 인원이 부족한 병원의 근무시간은 더 길다. 2인1조로 오전, 오후로 나눠 교대근무가 이뤄진다.

이 팀장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N95 마스크를 쓰고 장시간 일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얼굴색이 달라질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다 보니 주위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업무가 손에 익긴 했지만 음압텐트로 들어가기 전에는 여전히 긴장해야 한다. 하기도 검체 채취에 유달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임상병리사는 “기침을 하는 경우는 일반적이고, 어떤 환자들은 몸을 잡아끄는 등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검체 채취를 담당한 임상병리사들은 한동안 병원 내 빈 공간을 찾아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찜찜한 마음 때문에 사람이 많은 병원 식당이나 사무실이 일부러 꺼렸다.

이 팀장은 “아내가 우스갯소리로 ‘밥을 따로 먹자’고 했는데 솔직히 많이 서운했다”며 “코로나19도 걱정이지만 다른 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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