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오용수

대구관광뷰로 대표이사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은 우한에서 처음 시작되어 서서히 안정되고 있으나 여전히 8만 명 넘는 확진자가 있다. 교황이 순례자를 만나지 못하고,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이 제한됐고, 이란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포되고,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기도 입국을 제한하기도 한다.

우리도 우한 교민들을 전세기로 데려오고,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을 통제했다. 그러다가 대구, 청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대만, 베트남에 이어 미국도 한국 방문자의 출입국을 제한했다. 중국조차 지방에서 한국인 입국자를 강제로 격리하는 일마저 생기더니 급기야 일본도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자 한국도 일본인의 입국을 막아버렸다. 이미 100여 국에서 입국이 막혀 사실상 지구촌에서 갈 곳이 없어졌다. 동시에 외국인의 한국 입국도 끊어졌다. 항공사는 운항을 중단하고, 여행사는 취소 처리에 바쁘다. 호텔과 체험, 쇼핑센터도 손님이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전염병으로 인해 세계 관광이 움츠러든 때가 많았고, 우리 관광도 피해를 입기도 했고, 약이 되기도 했다. 방한관광객이 2002년 겨울에 발생한 사스로 인해 이듬해 3월에는 10%, 5월에는 39%까지 줄더니, 8월부터 회복하다가 12월이 되어서야 6% 반등했다. 메르스 때는 2015년 5월에 확산되기 시작하여 6, 7월에 41%, 53% 감소하다가 8월에 다소 잠잠해지더니 10월이 되어서 5% 늘었다.

그러나 신종플루 때는 2009년 5월 중순부터 관광객이 급감하더니 6월에 2% 줄었다. 그러나 6월 2번째 주말부터 변곡점을 지난 듯 하여 항공사, 한·일 여행사, 국내 호텔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거쳐 불안 심리로 여행수요가 약하므로, 저렴한 가격의 새로운 코스가 최선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합심하여 가성비 좋은 여행상품을 만들어 7월 초부터 모객 광고를 시작했는데, 마침 신종플루도 한풀 꺾인 터여서 일본 여행사들은 한국 상품을 불티나듯 판매했다. 마침 5, 6월 동안 집안에서 억눌렸던 잠재 수요에다 7, 8월 여행시즌까지 겹쳐 한국여행 붐이 생겨나고, 7월은 8%, 8월은 무려 20%나 증가했다. 한편 경쟁국이던 중국, 대만, 태국도 서둘러 준비했지만 7월 말이 되어서야 상품을 출시하게 되었고 성수기를 놓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전염병에도 불구하고 7, 8월에 점유율을 크게 높여 5, 6월의 피해를 복구했고, 이 여세를 몰아 가을, 겨울 시즌에도 승승장구하여 연간 13% 성장하고 관광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우리도 우한을 이번에 알게 된 사람이 많지만, 대구를 처음 접한 외국인도 많으리라 본다. 대구가 본의 아니게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셈이다. 18년 전 월드컵 축구대회 관광객 유치를 위해 미국을 들렀는데,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났는데도 전쟁 폐허만 떠올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냥 두면 대구도 콜로나19의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잘만하면 좋건 나쁘건 이미 알려졌으니까 그 위에 멋진 이미지만 입히면 된다.

이를 위해 코로나19의 추이를 유심히 살피며, 끝나는 시점을 4월 말, 6월, 7월 이후로 가정하고, 플랜A, B, C를 만들자. 설사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더라도 곧바로 대구여행을 거들떠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가 깨끗하게 바뀌어 시민들도 안심하고 공원이나 명소를 찾아 일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알리자.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고판을 활용하고 런던의 버스, 대만, 일본의 지하철도 좋다. 구글, 글로벌 플랫폼도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이때 대구와 경북은 물론, 정부 각 부처, 해외홍보처, 한국관광공사, 코트라 등 관련 기관 모두가 동참하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국내외 언론인, 파워블로거들을 초청하여 대구의 실제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자. 그래야 대구로 올 마음이 생긴다. 이때 개별관광객을 중심으로 온라인마케팅에 주력하자.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살리면 피폐해진 관광업계는 다시 소생하게 되고, 대구·경북 관광의 해도 빛을 발할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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