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첫 확진자 발생 후 한 달 째…대구가 확 바뀌었다

발행일 2020-03-16 17:08:2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 전역은 인적 끊겨 유령도시, 좀비도시화

집콕하는 시민들, 대부분 ‘코로나 블루’ 증상 호소

위기순간에도 빛난 대구 시민의식, ‘착한 임대료 운동’ 바람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한 달 째, 지난달 18일 확진자 발생 이후 하루 수백 명씩 확진자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패닉 상태가 되고, 대구 전역이 유령도시로 변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째를 맞았다.

그 한 달간의 기간동안 대구 전체에 큰 변화가 생겼다.

대구는 지난달 18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하루 수백 명씩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대구시민은 극도의 공포심으로 거의 패닉 상태가 됐다.

게다가 ‘대구 폐쇄론’이 나오는가 하면, 시민들은 늘 함께 근무해 온 동료조차도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신천지 신도가 아닐까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며 극도의 경계심과 불안감, 우울감을 겪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마다 발휘되는 남다른 대구시민의 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영업을 못해 사정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위한 건물주들의 임대료 감면운동이 펼쳐지는가 하면, 고생하는 의료진과 구청 직원들을 격려해주기 위한 다양한 기부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유령도시’로 변한 대구

유동인구가 하루 평균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구의 중심가 동성로가 한 달동안 텅텅 비었다.

음식점, 카페, 술집 등 대부분의 가게들이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여놓고 영업을 중단했다.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70~80%가량 급감했고, 서문시장은 500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문을 닫기도 했다.

동대구역, 대구역, 대구국제공항, 터미널 등 대구로 드나드는 주요 관문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적막감을 감돌게 했다.

대중교통 이용량도 확연히 줄었다.

지난달 18일 이후 시내버스 탑승객은 최대 80%가량 급감했다.

주말 평균 80만 명에 달하던 지하철 이용객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15만 명가량으로 확 줄었다.

또 주말이면 늘 있었던 결혼식, 돌잔치 등 각종 모임과 행사는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국채보상운동 기념일, 2·28민주운동 기념일 등 당초 예정됐던 대구시의 모든 큰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성당, 교회, 사찰 등 종교행사도 멈췄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1911년 이후 109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성당에서 미사를 금지시켰다. 대구지역 대형 교회들을 비롯한 개신교에서도 3주째 예배를 멈추고 인터넷을 통한 가정예배로 대신하고 있다.

이와함께 감염을 우려해 집밖을 나서기가 두려워 ‘방콕’, ‘집콕’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음식 및 일반 생활용품 배달과 온라인 주문이 폭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제 대구시민들에게 마스크 사용은 일상이 됐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탓에 최근에는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이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블루’ 호소, 우울증·스트레스 극심

코로나19 확진자 속출과 확진자의 연이은 사망 소식이 들려오자, 시민들은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19와 우울함(Blue)의 합성어로, 코로나로 인해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람들간에는 서로 악수를 하지 않는 등 인사방식 조차 바뀔 정도로 접촉을 경계하며 조심하고 있다.

직장인의 재택근무는 일상화 됐고, 유치원과 학교의 개학이 연이어 연기됐다.

또 확진자들이 다녀갔다는 등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고, 이웃조차도 혹시 신천지 신도가 아닐까(?) 하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다.

‘집콕’현상이 한 달동안 지속되면서 단순한 불안, 공포심, 답답증 등으로 인한 불면증, 소화불량, 무기력증 등 정신적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우한 대구’, ‘대구 코로나’, ‘대구 봉쇄’ 등 다른 지역에서 대구를 폄하하는 차별적인 언행으로 인해 대구시민들은 극도로 위축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은 자가격리자, 확진자, 확진자 가족 등을 상대로 3만 건 이상의 심리 상담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으며, 하루 1만8천 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 관계자는 “균형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는 것이 면역력을 키워 가장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일반인들 역시 확진자가 아님에도 위축된 경우가 많지만 기본수칙을 잘 지키되 공원, 운동장을 나가는 등 활동적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구만의 나눔 정신 돋보여

3·1운동, 2·28 민주운동 등의 불씨를 피운 대구만의 기질이 또 다시 입증됐다.

먼저 대구전역에서 ‘착한 임대료 운동’ 바람이 불었다.

일부 건물주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들에게 월세를 아예 받지 않거나 감면해주기로 한 것.

또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한 커뮤니티 상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 도와주기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지역민들은 어려운 사정속에서도 다양한 기부를 베푼 자영업자들의 가게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아주는 훈훈한 인정도 쏟아졌다.

기부한 착한 가게들은 시민들의 주문 폭주 현상으로 되레 매출을 올리고, 또다시 기부를 하는 등 사람의 마음을 주고 받는 훈훈한 대구민심의 사례를 연출했다.

경찰들이 마스크가 부족해 빨아 쓴다는 소식에 경찰서 앞에 마스크 26장을 두고가거나,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부족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소소한 선행이 이어졌다.

또 친구들끼리 십시일반 모은 30만 원으로 목숨을 걸고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배달원에게 손 편지와 마스크를 제공하는 등 미담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생하는 의료진과 구청 직원들을 위한 지역민들의 재능 기부나 기탁 등도 잇따랐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6만7천여 건, 170억 4천여만 원의 성금이 기부됐다”며 “접수된 기금 전액을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물품지원과 의료기자재 구매 및 취약 계층 돌봄 서비스 등에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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