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조각 작품 11점과 회화 작품 7점 선보여

▲ 리안갤러리에서는 19일부터 조각가 윤희 작품전 '빗물 화석'전을 연다.
▲ 리안갤러리에서는 19일부터 조각가 윤희 작품전 '빗물 화석'전을 연다.
“온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액체가 드러내는 모습이 전부 다르다. 작가의 의도는 최소한의 개입이고 ‘우연과 사고’, ‘오랜 기다림’이 동시에 곁들여져야 온전한 작품이 나온다.”

리안갤러리 대구가 올해 첫 전시로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 윤희(Yoon-Hee)의 ‘빗물 화석’ (Rain-Fossil)을 선택했다. 19일부터 오는 5월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2018년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국내 개인전으로 최신 조각 작품 11점과 회화 작품 7점이 선보인다.

윤희 작가는 조각 형태에 맞게 틀을 만들고 거기에 쇳물을 흘려보내 굳히는 일반적인 제작 기법이 아닌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추나 원형 모양의 주형(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틀)에 고온에서 녹인 청동, 황동, 알루미늄 등의 금속 용액을 여러 차례 반복해 던져 넣은 후 자연스레 흘러내리거나 쌓이고 엉겨 작품의 형태가 완성되도록 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다루기 힘든 재료의 특성 때문에 좀 더 쉬운 작업 방식을 고민하다 마침내 녹인 금속을 일정 주형에 던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을 확립하게 되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 표제인 ‘빗물 화석’은 극단의 성질을 가진 무형의 ‘빗물’과 다양한 형태성과 단단한 물질성을 지닌 ‘화석’의 특성을 동시에 시각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같이 작가의 작품은 ‘모순’이라는 일관된 특성을 가진다는 게 리안갤러리의 설명이다.

▲ 리안갤러리에서는 19일부터 조각가 윤희 작품전 '빗물 화석'전을 연다.
▲ 리안갤러리에서는 19일부터 조각가 윤희 작품전 '빗물 화석'전을 연다.
전시작 ‘빗물 화석’은 2003년 처음 착안했으나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는 10여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작품의 주재료인 청동, 알루미늄, 구리와 같은 금속재료를 계획한 대로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라 물질이 스스로 이끌려 나오도록 상황을 조성한다는 작가는 폐공장, 제철소 등 산업 현장에서 찾아낸 다양한 종류의 금속으로 거대한 블록 형태의 작품을 만들거나 직접 녹인 후 바닥에서 튀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병행했다.

녹여낸 알루미늄을 반복해 천장으로 던지는 작업을 통해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액체의 유동성, 흐름이 서서히 응고되어 화석과 같이 단단한 덩어리로 변모하는 순간이 생생하게 작품에 녹아든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에는 액체와 고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금속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 했을 뿐 아니라 무름과 단단함, 부드러움과 거친 표면의 질감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윤희 작가의 모순적 조형성은 자신이 개발한 검은색 천연 안료를 사용한 회화 작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작가 자신이 어느 정도의 형태를 의도하지만 완성된 작품은 사용한 안료의 농도와 그것을 던지는 순간 힘의 세기, 직관적인 방향 선회와 같은 여러 요소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튄’, ‘나선형의’, ‘분출된’과 같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명에 형용사를 주로 사용하는데, 열린 가능성과 다양한 변형성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관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고정된 관점이 아니라 다채롭고 형용 가능한 시각에서 경험하기를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리안갤러리 관계자는 “작가는 금속재료가 가지는 다양한 특성이 어떻게 작품을 통해서 드러나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금속을 녹인 다음 주형에 넣어 형태를 만드는 게 일반적인데 작가는 원추나 원형 등 기본적인 틀만 있고 나머지는 ‘기다림’이라는 우연한 결과에 기댄 ‘자연의 법칙’을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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