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백 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대구·경북에서 지난 주말을 고비로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감소하는 등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방역당국과 대구시, 경북도는 방역 작업에 더 고삐를 죄고 있다. 대구시는 시장이 나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328 대구운동’이라는 시민운동까지 제안했다. 이처럼 방역작업에 고삐를 다잡는 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진 특성도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과학적으로 아직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공기 중 전파인 에어로졸 가능성이 있는 데다 빠른 변이, 강력한 전파력이라는 특성까지 있어 방역 작업만으로 관리와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래서 개개인의 철저한 생활위생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염병 발생 양상을 보면 초기에는 특정집단을 매개체로 한 대규모 전염이라는 특징을 뚜렷하게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특정집단과 상관없거나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은 감염 사례가 산발적이긴 하지만 꾸준히 나오는 등 전파 경로의 파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요양원, 복지시설과 같은 공동생활시설과 의료기관 등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 간의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특이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최근의 하루 신규확진자 감소 등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이 전염병 확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월15일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한 자리에서 “지금은 결코 (코로나19) 안정기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3월28일까지는 시민들이 스스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지금처럼 강도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염병 전문가들 역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전염병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이 퍼진다면 자칫 방역망에 구멍이 뚫려 다시 위험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경계 늦출 수 없는 바이러스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다른 전염병에 비해 초기 감염 단계에서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고, 또 초기 엑스레이 진단이 어려우면서 감염자의 급속한 증상 악화 사례가 관찰되는 등 그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코러나19 바이러스는, 사스 등 다른 전염병 바이러스보다 그 입자가 커 야외나 환기가 잘 되는 곳보다는 밀폐된 실내에서 전염 가능성이 특히 높은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잠복기는 대략 1~14일(평균 4~7일) 정도로 추정되지만, 감염 후 초기 3~4일 이내에 강한 전파력을 보인다고 한다.

코로나19의 또 다른 특이점은 무증상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감염자에 의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사례이다. 감염됐더라도 초기에 증상을 전혀 못 느끼거나 증상이 있더라도 아주 가볍다면 감염자가 얼마든지 방역망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일상적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의 강한 전파력과 무증상 감염이라는 특성은 닫힌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종교 행사나 요양원 복지센터 등과 같은 집단시설, 의료기관 등에서의 방역과 경계가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코로나19는 주로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 코, 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중국 당국은 2월19일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 즉 에어로졸에 의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바이러스는 대개 빈번하게 일어나는 변이와 짧은 활동 주기, 그리고 이런 이유로 늦어지게 된 최초 발견(1950년대) 및 그 연구 역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동안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9년 11월께 중국 우한지역에서 처음 번져갈 때만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전염병으로만 알려졌던 코로나19, WHO(세계보건기구)는 그로부터 불과 두 달여만인 2월 이것에 COVID-19라는 공식명칭을 붙였고, 또 3월에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 분기점 될 ‘328 대구운동’

3월15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시민 담화문 형식으로 제안한 ‘328 대구운동’의 핵심은 시민들의 개인 생활위생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다. 권 시장은 이날 “상황은 나아지고 있지만, 지금 대구는 시민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원과 싸워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전염병 확산 차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시민들이 실천해야 할 ‘328 대구운동’의 주요 내용을 보면 △외출, 이동 최소화와 모임, 집회 중단 등의 자율통제 강화 △노래방, PC방 등 다중밀집 실내영업장 운영 중단 △손씻기와 2m 거리두기 등 생활위생수칙 지키기 △유증상자의 질병관리본부, 시군구보건소 안내받기 △기업들의 유증상자 휴가 지원과 유연, 재택 근무 도입 △완치환자, 자가격리 음성환자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대구 밖으로의 이동자제 등이 있다.

대구에서는 3월12일을 기점으로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감소하고 완치 후 격리해제자가 신규 확진자보다 많아지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던 신천지교회 신도의 진단검사가 마무리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최근 지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반시민 확진자들을 보면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사례가 적지 않아 지역사회감염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전염병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란 게 방역당국이나 대구시, 경북도의 판단이다.

◆ 전염병에 노출된 공간 곳곳에

지금 지역에서는 밀폐 공간, 그중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거나 활동하며 밀접 접촉이 가능한 소규모 공간을 전염병 확산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보고 있다. 소규모 밀폐 공간의 경우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감염자 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실내의 바이러스 농도를 급격하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발생했던 신천지 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의 대규모 집단감염도 이 같은 바이러스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구에서는 실제로 일부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미 발생했다. 김신요양병원에서는 2월24일 간병사가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환자 15명, 간호사 1명, 간병사 11명 등 모두 27명이 확진자로 판정됐고 리더스재활병원에서는, 2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문성병원에서 전원 된 환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4일 코호트 격리된 환자와 간병인 중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3월14일에는 한국전력 서대구지사 검침 협력사 직원 12명이 확진자로 판정됐다.

경북에서도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3월5일 34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이 요양원에서만 최근까지 모두 6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유사한 형태의 집단감염 발생을 막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581곳에 대해 코호트격리 조치를 했다.

그러나 전염병에 취약한 공간은 곳곳에 있다. PC방과 노래방, 학원 등은 밀폐공간인 데다 청소년들이 자주 출입하는 장소이고, 콜센터, 교회 등은 이미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발원지로, 언제든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한 공간이다.

특히 콜센터의 경우 서울지역 콜세터에서 100여 명의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대구지역 콜센터에서도 집단감염이 확인된 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내 17개 콜센터에서 63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는데, 이 중 대부분은 신천지 신도가 최초 확진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대구에는 68개 콜센터에 8천여 명이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대구시는 “(콜센터) 대부분 확진자가 3월6일 이전에 발생해 현재로선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SK,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3월 말까지 대구지역 고객센터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사진1 -대구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든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다. 연합뉴스
▲ 사진1 -대구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든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다. 연합뉴스


▲ 사진2-17일 오후 201 특공여단 장병들이 대구시 남구 봉덕동 앞산공영주차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시내버스 내부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진2-17일 오후 201 특공여단 장병들이 대구시 남구 봉덕동 앞산공영주차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시내버스 내부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진3-15일 대구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연합뉴스
▲ 사진3-15일 대구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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