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공천이 갈수록 요지경이다. 통합당은 지역구 공천에서 사천과 낙하산, 돌려 막기 공천 등 선거판에 온갖 묘수를 동원, 막장 공천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거기다가 통합당의 비례대표인 비례한국당 공천도 무원칙의 정수를 보여줘 공천 파장이 일파만파다. 특히 문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모두 TK(대구·경북) 민심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이다. TK 홀대를 넘어 ‘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통합당에게 TK는 어떤 존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TK는 보수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지키고 있는 보수의 텃밭이자 보루였다. 보수 야당이 지리멸렬할 때 보수의 이념을 굳게 지키며 보수 방패막이가 됐다. 이렇듯 TK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킴으로써 현재의 대한민국과 보수가 자리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통합당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통합당이 TK를 헌신짝 버리듯 발로 차버렸다. 철저히 외면했다. 통합당 지도부의 눈에는 TK가 아예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기준도 원칙도 없었다. TK는 그냥 장기판의 졸일 뿐이었다.

21대 총선에선 TK 민심과는 동떨어진 사천이 난무, 당 안팎에서 원칙도 없고 합리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역엔 생전 얼굴도 보지 못한 인물들이 공천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래도 예전 선거 때는 낙하산이긴 했지만 장차관급 등 비중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인물론으로 공천 부당성 주장을 무마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무게감도 떨어질 뿐 아니라 정체성을 의심받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상당수가 무늬만 TK인 인물들이 낙하산 공천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통합당의 2중대 격인 비례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TK 인사를 완전히 배제해 TK의 자존심에 비수를 꼽았다.

TK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 국회의원들과 원외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가 줄을 잇고 있다. 명색이 한때 야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도 무소속 출마에 가세했다.

이 같은 공천 반발 움직임에 통합당의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은 18일 “낙천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 때문에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며 공천 탈락자들의 희생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지역민들에게 TK는 어차피 야당 몰표 지역이니 대의를 위한 희생에 동조해 줄 것을 요구하는 오만한 말로 밖에는 비치지 않는다.

지역 일각에서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리더십을 의심하며 통합당 심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총선 승패를 떠나 TK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통합당에 대한 불신이 가져온 산물이다. TK는 통합당에 철저히 배신당했다. 그동안 선거에서도 몇 차례 지역 민심을 외면한 공천으로 TK가 상처를 받았었다. 그런데 또다시 되풀이했다. 이번에는 못 참겠다는 TK의 원성이 높다. 통합당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TK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염장만 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한가.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