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콘서트하우스 이철우 관장 “한국 근대문화 예술의 발원지 대구의 저력을 믿는다.”

발행일 2020-03-22 16:32: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생계 위협받는 음악인 위해 ‘미니 무관중 콘서트’ 구상, 직접 곡 해설도 맡아

대구콘서트하우스 이철우 관장
“모든 공연이 5월 이후로 조정됐다. 그러다보니 ‘대콘의 600초 클래식’ 프로그램이 첫 활동이 됐다. 코로나19사태로 대구가 많이 힘든 시기인데 한국 근대문화 예술의 발원이었던 대구의 저력을 믿고, 다시 세계의 중심에 아름답게 세워질 시간을 기다린다.”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새로운 수장으로 달포간의 시간을 보낸 이철우 관장. 그는 오랜 세월 지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서 해외 여러 음악 관련 단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왔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음악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킬 적임자로 평가 받는 그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만났다.

△600초 클래식을 진행 중인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위축된 지역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아끼는 모든 분들과 대구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마련한 ‘미니 무관중 콘서트’의 일종이다. 챔버홀에서 녹음해 제가 해설을 붙인 10분 정도 분량이다. 팟캐스트와 팥빵에 매일 자정 업로드하고 유튜브에도 올려 둔다.

음악계는 연주 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다. 모든 공연이 올 스톱된 상황에서 실기지도가 수입의 전부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이마저도 막혀버린 상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에게 얼마간의 경제적 지원을 하자는 것도 시작하게 된 동기다.

△국제적 역량 강화를 강조하셨다고 들었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를 이끌 수 있어야 하고 그에 걸맞게 국제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실력도 갖춰야 한다.

현재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가장 큰 행사인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공연도 기획사를 통해 진행돼 대부분의 악단들이 공연만 하고 대구를 떠나가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상호 협력관계에 의한 기획을 통해 초청악단과 대구음악계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실현해가겠다.

△공연장 시설은 세계적 수준이다. 그래도 보완해야 할 점은?

그랜드 홀 자체가 국제적 수준이다. 그러나 개관 5년여의 시간이 흘러 미세음향을 조정하고 신경 써야 할 때가 됐다. 거기다 악기와 시설을 국제적 표준에 맞도록 보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보유하고 있는 피아노가 단일 종류이다 보니 연주자들의 피아노 선택의 폭이 좁다. 그랜드 홀에는 파이프오르간, 챔버홀에는 챔발로와 포지티브 오르간 등의 보강이 시급하다. 바로크 음악부터 오르간 독주, 현대음악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창작곡이나 기획공연에 대한 구상은?

작곡가 출신이라 창작곡에 대한 관심이 크다. 조만간 지역 작곡가들의 작품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기획공연이나 대관 공연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할 생각이다. 향토출신 음악가의 작품을 자주 무대에 올려 대구음악이 세계적 위상을 갖도록 돕고 싶다. 우리의 작품만으로 음악회가 만들어질 수 있는 날을 꿈꿔 본다.

△주변이 아파트단지로 바뀌는 등 여건이 크게 달라진다. 이에 대비한 구상은?

콘서트하우스 광장과 대구역사이 도로를 덮어 야외공연장으로 활용하면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탄생해 도시재생 차원에서나 지역 문화공간으로서도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직 제안서만 만들어서 쥐고 있을 뿐 관계자들이나 대구시와도 의견을 나누지 못하고 있어 공개하기 조심스럽지만,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타당성조사가 이뤄지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제대로 된 야외공연장이 없는 콘서트하우스에 복개광장은 훌륭한 야외공연장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콘서트하우스 앞 광장은 대구음악역사테마파크로 조성해 시민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지친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 사태가 언제쯤 끝날지 예측할 수 없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대략 5월 말을 전후해 ‘대구경북 코로나19 극복기념 음악회’를 구상 중이다. 대구시립예술단과 경북도립교향악단이 중심이 돼 대중성 있는 아티스트들과 시민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야외축제를 열어볼 생각이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시민정신을 부각시키고, 다가올 희망의 날을 위한 원동력을 만들고 싶다. 모두 함께 활짝 웃을 날을 기다린다.

이철우 관장은 계명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단국대에서 음악석사, 독일 로베르트 슈만 음악대학에서 작곡 학위를 취득했다. 대구문화재단 비상근 이사, 컬러풀페스티벌 조직위원, 대구국제현대음악제 감독, 2004세계 솔라시티 총회 총감독 등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에 오랜 기간 몸 담아 왔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