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가짜뉴스 전성기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코로나19를 전염병 최고 경보단계인 ‘세계적 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하면서 장기전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불안심리에 편승한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오는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가짜뉴스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동반되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의미하는 인포데믹(infodemic)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다.

가짜뉴스란 원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경제적이거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사에서 생산하는 뉴스의 형태를 갖추고 퍼뜨린 거짓정보를 지칭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 메신저가 인류의 보편적 소통수단이 되면서 소셜미디어에 실린 거짓정보가 뉴스의 형태를 갖추지 않더라도 가짜뉴스로 통칭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역사는 유구하다. 옛날에는 거짓되고 조작된 정보가 퍼져도 확인하거나 바로잡기 어려웠기 때문에 가짜뉴스의 폐해가 더 심각했다. 최근 ‘가짜뉴스의 고고학’란 책이 출간될 정도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가짜뉴스가 가장 위력을 발휘했던 사례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로 손꼽힌다. 당시 페이스북에 많이 공유됐던 내용을 조사한 결과, 1위에서 5위 가운데 네 가지가 가짜뉴스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그 중 1위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트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이었으며, 3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테러단체 IS에게 무기를 팔았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가짜뉴스는 우리나라에도 전해졌을 정도였으니 선거에 분명히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할 지금, 힘을 모아야 할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국내 가짜뉴스도 만만치 않다. 경찰청은 지난 16일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 65건과 개인정보 유출 21건을 수사해 121명을 검거했고, 추가로 111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 65건의 경우 확진환자의 동선을 허위로 꾸며 SNS 또는 인터넷 맘카페 등에 유포한 사건이 50건이었으며, 나머지 15건은 특정 개인이나 업체를 확진환자 또는 신천지와 관련된 것으로 몰아간 사건으로 집계됐다.

대구에서는 지난달 18일 확진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인 31번 환자의 사진이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진 두 장이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퍼졌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경찰의 공식발표로 가짜뉴스임이 확인됐다. 전국적으로도 ‘기재부와 제약회사 사장들 회의 요약: 코로나19 백신 4월쯤 나온다. 4월까지 △△를 제외한 대부분 여행사 부도’, ‘2020년 3월7일 0시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행정명령으로 조선족은 1개월만 거주하면 주민증, 선거권 발급’, ‘○○시장에 확진자 10명 나왔답니다. 가짜뉴스 아니고요’ ‘□□카페 등 7개 업소는 신천지가 운영하는 곳’ 등 다양한 가짜뉴스가 경찰수사로 확인됐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보니까 가짜뉴스가 평상시보다 훨씬 더 빠르게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짜뉴스는 사회 전체의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마비시킬 수 있다. 병원과 보건소 등 방역기관의 업무를 방해하고, 지역 상권을 붕괴시키거나 부당한 불이익을 입게 할 수도 있다.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옮기는 행위의 상당수는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서이거나 장난삼아 일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용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려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엄중하게 다뤄야 할 범죄행위다.

번거롭지만 가짜뉴스 여부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를 예방하고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했다. 그런 만큼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접하면 이런 것에 휘둘린 채 주변에 알리기보다는 공식적인 채널로 확인해 보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또한 출처가 불분명한 것은 더 살펴볼 것도 없이 가짜뉴스라고 판단하고 휘둘리지 안아야 한다. 그 정도 노력은 감수해야지만 가짜뉴스에 내 삶이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에 대구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할 때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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