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언택트, 뒤돌아볼 때다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부대낌이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과의 접촉 자체를 아예 피하는 ‘언택트(Untact: 접촉을 뜻하는 Contact + 부정의 의미 Un의 합성어)가 확산하고 있다. 비대면, 비접촉 서비스가 갑자기 일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언택트가 핫이슈로 떠올랐지만 신조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이 개념은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가 지난 2017년 10월 발간한 저서 ‘트렌트 코리아 2018’에서 이미 제시했었기 때문이다.

보편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던 언택트 서비스가 코로나19 때문에 급속하게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두려움의 대상인 바이러스가 언택트 소비 확산에 불을 붙인 형국이다.

이젠 외식·식품 업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가 대표적이다. 경북 포항시와 포항시어류양식협회가 지난 2주간 주말에 진행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강도다리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 판매행사’는 판매금액만 8천여만 원에 달했다. 대구 북구의 한 고깃집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돼지갈비를 판매하고 있다. 전화 주문 후 약속한 시간에 가게 앞으로 가면 포장된 돼지갈비를 차창으로 건네주는 방식이다.

언택트 소비는 외식·식품 업계 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무서운 속도다. 이미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면접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호텔업계에서도 호텔 밖을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객실 내에서 비대면 식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도 앱으로 결제를 한 후 발렛파킹 지역에서 상품을 받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젠 세탁서비스나 부동산, 금융 분야 등 전 분야로 언택트가 번져가는 중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런 언택트 소비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급격하게 빨라지긴 했지만 이젠 소비 트렌드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규모가 2012년 약 34조 원 정도에서 메르스 이후 53조 원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100억대를 넘어섰지만 코로나19 이후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도 있다. 자발적인 격리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진 중장년층이 언택트 소비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소비주체인 이들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언택트 소비 시장에 뛰어들면 규모는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나 전문가들 진단 역시 다르지 않다. 언택트 소비 증가가 지금 당장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의 이런 현상들이 코로나19 종식 이후까지 이어져 소비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언택트 소비 문화 자체가 지닌 장점도 있을 것이다. 반면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 같다. 이른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라는 정보격차로 인한 문제다. 이는 언택트 관련 기술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소비와 IT기술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장애인이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대형마트 건물을 둘러싼 인간띠. 아침 일찍부터 우체국 입구에서부터 수백m 이어지는 줄서기의 행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필수적인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한편에선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유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이처럼 다른 한쪽에선 다닥다닥 붙어선 줄서기를 보고도 속수무책이었다. 줄을 선 대부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약한 고령층이었고 정보화 취약계층이기도 했다. 마스크 대란 사태 속 줄서기는 언택트 소비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컨택트’ 현장이자 디지털 정보격차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현장이었다.

이젠 어쩌면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는 언택트 문화로 파생되는 이같은 소외현상까지도 살펴봐야 한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을 보듬고 함께 가는 마음가짐까지도 필요할 때다.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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